녹두빈대떡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by 유정 이숙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8번지 광장시장에 가면 녹두빈대떡 집이 많다.

1982년 가을에 결혼해서 명절이나 제사 때면 큰댁에서 녹두빈대떡을 만들었다.

반죽은 웃 동서인 형님이 해주고 부치는 것은 내가 담당이었다.

두툼하게 부친 녹두빈대떡은 제사나 차례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가끔은 시장에서 사 온 때도 있었지만 직접 만든 빈대떡이 훨씬 맛있었다.


그땐 녹두빈대떡의 맛을 몰랐다. 기름 냄새를 맡아서 녹두빈대떡이 당기진

않았지만 녹두빈대떡이 없으면 왠지 허전할 정도의 음식일 뿐이었다.

녹두전 부칠 때 반죽은 살짝 떠야 삭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은 기억에 남는다.


성당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다고 하며 오지 말고 했다. 그때는 우리가 식품회사

운영할 때라 매일 바빴지만 형님은 전업주부로 거의 평생을 지내셨다.

내가 늦게 가면 싫어하셨다. 작은며느리니 명절이나 제삿날은 하루 전날

가려고 했지만. 애들 아빠가

- 형수님은 집에서 살림만 하지만 당신은 결혼해서 줄곧 일하느라 힘들게

사는데 미리 갈 필요 없어. 형수님 혼자 하시라고 해.

미리 가는 걸 막는 바람에 명절 당일 아침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애들 아빠 생전에 명절이 되면 빈대떡이 먹고 싶다며 광장시장에 같이 갔다.

차를 가지고 가서 빈대떡도 사 먹고 몇 장은 포장해 와서 명절날 먹었다.

녹두빈대떡 만드는 것이 어려운 줄 알았다. 하고 보니 어렵지 않은데 엄살을

피운 거 같다. 녹두빈대떡을 좋아하는 울님에게 자주 만들어 주고 있다.


올해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일본 여행을 갔다 왔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이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나를 위해 준비한 여행이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가 구름 위로 다닌 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1월 27일 밤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9시 넘어서 집에 왔다.

녹두빈대떡을 만들 거라는 두근거림으로 가슴이 벅찼다.

구정 전날인 1월 28일 마트에서 껍질을 벗긴 깐 녹두를 사 왔다.

고사리, 숙주, 당근, 돼지고기도 사 왔다.

집에 와서 깐 녹두를 물에 담가 여러 번 씻어 껍질을 제거했지만

2%는 남아 있다. 숙주는 씻어 끓는 물에 30초 데쳐서 듬성듬성 잘랐다.

고사리도 딱딱한 건 제거하여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당근도 채를 썰어 넣고

돼지고기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았다.


구정 당일 불린 녹두를 믹서에 갈았다. 곱게 갈면 식감이 떨어지니 녹두 입자가

뭉글뭉글 만져질 정도로 갈았다. 간 녹두를 볼에 담아 놓고 불린 쌀을 곱게 갈았다.

간 녹두와 쌀을 혼합하고. 데쳐서 자른 숙주와 당근채, 양파채와 절인 배추를 섞고

국간장으로 기본 간을 하고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듬뿍 두르고 반죽을 올렸다.


기름 속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빈대떡! 반죽 위에 고사리와 대파, 당근채와

얇은 삼겹살을 고명으로 올리니 두툼한 녹두빈대떡이 맛있게 익어간다.



팬이 달궈지자 중간 약불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녹두빈대떡!

녹두빈대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기쁨과 환희의 행복이 익어 간다. 4분이 지나니 예쁘게 부쳐졌다.

고명처럼 올린 고사리와 돼지고기, 당근채가 아래로 가게 뒤집어줬다.


요리는 기다림이다! 맛있게 잘 구워졌다. 꺼내서 넓은 접시에 담았다.

울님에게 맛보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하자, 기쁨의 정점에 도달했다.

녹두빈대떡 여러 장이 우리 입으로 연신 들어가고 있다.

딸과 손녀딸이 도착했다. 설날 떡국과 함께 녹두빈대떡을 먹었다.


** 녹두빈대떡 재료 **

깐 녹두 4 : 찹쌀가루 0.4 : 물 0.5컵, 양파 반 개, 당근 1/3개,

삶은 고사리 70g, 대파 2대, 절인 배추나 배추김치 한 줌,

국간장 3스푼, 감자전분 1/4컵, 데친 숙주나물 60g, 돼지고기 150g



** 녹두빈대떡 만드는 순서 **

1. 숙주는 끓는 물에 30초 동안 데쳐 찬물에 헹굼 한다.

데친 숙주는 3센티 크기로 잘라 수분을 빼준다.

2. 깐 녹두를 4시간 불린 후 세척하여 남아있는 껍질을 제거해 준다.

3. 녹두를 믹서기에 뭉글뭉글하게 갈아준다. 너무 곱게 갈면 씹히는

식감이 떨어지므로 중간에 믹서기 뚜껑을 열어 확읺해야 한다.

4. 당근과 양파는 길게 잘게 채 썬다.

5. 배추김치를 넣거나 배추를 절여서 잘게 썰어 넣는다.



6. 반죽하기

1) 숙주와 길게 채 썬 대파와 당근, 절인 배추 또는 김치를 같이 섞어준다.

2) 믹서기에 간 녹두와 감자전분, 찹쌀가루와 국간장을 넣고 반죽한다.

3)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녹두 반죽을 한 국자 퍼서 팬에 부친다.

4) 반죽을 올린 위에 고사리와 양파 채를 뿌리듯 올리고 노릇하게 부친다.

5) 녹두전이 노란 갈색으로 익으면 부서지지 않게 천천히 뒤집어준다.

고명으로 올린 고사리와 당근, 대파가 꽃처럼 보인다.

6) 먹고 남은 녹두빈대떡은 냉장고에 넣었던 것을 데워 먹을 때도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 약불로 부치고 뒤집어 노릇하게 부쳐낸다.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고소하고 맛있다.

녹두빈대떡을 20일마다 만든다. 100% 껍질을 벗긴 녹두로 사용해서 예쁘다.

멥쌀 대신 찹쌀을 넣고 감자전분은 넣지 않으니 찰지고 맛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녹두빈대떡이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간다.

녹두빈대떡이 바삭하고 고소하고 맛있다. 먹고 남은 건 냉동실에 얼려

식탁이 허전할 때 꺼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뜨겁게 데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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