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심한 걸까

[ 에세이 ] < 사랑의 굴레에 갇히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입원 일주일 전. 손녀가 유치원 졸업하고 돌봄 교실에 가기 전 일주일 공백시간이 있어 우리 집에 와 있다.

예전 같으면 같이 놀아주고 기타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인형극도 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을 텐데 자꾸 몸이 몽롱하며 눕고 싶어진다. 같이 놀아주지 못해 손녀에게 미안해서 밥을 먹여주었다. 지난주 목요일은 손녀와 미장원에 가서 끄트머리 탈색된 머리도 잘라내고 식염온천에 데리고 갔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같이 놀고 때도 밀어주고 머리도 감겨주었다. 온천에서 나와 어린 조랑말과 알파카에게 당근과 콩깍지도 먹여주었다.


잘 걷지도 못하면서 타인을 케어해 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 혼자일 때는 부담이 없다. 혼자 지냈다면 덜 아팠을지 모른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서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 갔다 와서 부천에서 가게를 했다. 큰 아이 낳고 화성으로 이사하여 식품회사를 운영했다.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며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 무릎이 고장 난 이유를 모르겠다. 무릎이 아프니 깔끔을 떨지 않고 살고 있다.


습관처럼 고혈당을 내려주기 위해 혈당에 이로운 요리를 준비하고 약을 챙겨주지만 마음은 즐겁지 않다. 이런 내가 변덕이 심한 걸까, 주방에서 뭘 만들고 있으면 다가와 뭘 그렇게 만드냐며 만들지 말라고 한다. 주방에서 일하고 아프다고 하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우린 늦게 만난 인연이라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없다.


오랜 지기가 아니라서 서로의 깊은 속마음을 백 프로 알지 못한다. 서로 가진 질병으로 신음하며 아픔을 삭이고 있을 뿐! 아플 때는 혼자가 편하다. 천 년을 기다려야 인연을 만난다는데 천 년이 되지 않아서일까, 습관처럼 챙겨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걸까?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 눈으로 말하면 알아듣지만 귀로 확인하고 싶어 안달하며 가끔 투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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