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요일

[ 에세이 ] <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오전 9시 2부 예배에 늦지 않게 걸어서 교회에 갔다. 내리막 길을 걷는 걸음이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오백여 미터 떨어진 교회, 건물 가까이 가니 웬일인지 조용하다. 예배 전에 부르는 찬송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주에 이번 주는 3代가 드리는 예배라 2부 예배가 없다고 광고한 말이 생각났다. 일 년 중 서너 번 있는 일이다. 어떤 날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착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친구가 우리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친구에게 톡을 보내 2부 예배가 없으니 와서 기도하고 가라고 했다. 주보를 들고 3층 본당 예배실에 들어갔다. 뒤쪽 의자에 앉아 간절한 속마음을 하나님께 고백하며 기도드렸다. 기도를 마치기가 무섭게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는 교회 옆마당에 있으니 나오라고 한다.


친구 차에 오르니 어딜 갈 건지 묻는다. 쌍봉공원 인라인 스케이트장에 가서 몇 바퀴 돌며 걸을 거라고 했더니 같이 운동하겠다고 한다. 우린 쌍봉공원을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형식적인 친구 관계였나, 깊은 속마음은 서로 몰랐는데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주고받았다.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열 바퀴 도니 힘들다. 운동기구 옆구리운동 백 번, 허리 돌리기 백 번, 핸들 돌리기 등을 하고 벤치에 앉아 무릎강화운동을 백 번 했다. 집에서 척추강화운동을 하고 온 터라 노곤하다. 친구는 해신탕재료를 사야 한다며 호곡리 선창으로 가자고 했다. 그곳에는 재료들이 비싸고 맘에 들지 않은지 사지 않았다.


친구는 마트에 간다더니 외곽으로 방향을 튼다. 내 의견을 묻지 않고 행동할 때가 있다. 난 남에게 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운동이 끝나면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낙지를 샀으니 잠시 쉬었다 낙지볶음 준비하려고 했다. 나와 미리 예약하지 않은 코스를 가면 마음이 불안하다. 운동 끝나고 궁평항으로 갔으면 시간 낭비하지 않고 다녀와서 쉴 시간이다. 친구는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친구가 좋아하면 같이 가 줄 수 있지, 뭘 그렇게 불편해하냐?"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궁평항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가며 말했다. "난 미리 이러이러한 이유로 가야 하는데 같이 가 줄 수 있냐?"라고 동의를 구하라고 했다. 친구도 다음에는 미리 말하겠다고 했다. 바쁜 일이 없다지만 예약되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성격을 가진 나, 아는 선생님의 책을 펀딩 하기 위해 수협 CD기에서 펀딩 준비를 마쳤다.


친구는 문어와 전복, 맛조개와 가리비를 사고 난 쥐치회를 뜨고 전복 사고. 가리비는 친구가 사줬다. 친구가 필요한 냉이와 쪽파를 사서 같이 나눴다. 도착하여 주차장을 보니 차가 있다. 축구 연습하러 간다더니 마치고 온 줄 알았는데, 일정보다 빨리 온 거였다. 같이 쥐치회를 먹었는데 당기지 않는다고 한다. 가리비를 찜통에 물을 아주 조금 넣고 찌고 낙지를 데쳤다. 미나리와 양배추, 양파, 당근과 데친 낙지를 잘라 낙지볶음을 하고 밥통에 잡곡밥을 지었다.


한두 시간 지났다. 밥 생각이 없다더니 직접 육개장 그릇에 밥을 푸고 낙지볶음에 비빈다. 전복은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침대에서 유튜브 이야기 들으며 뒹글뒹글 오후 내내 쉬었다. 오후 6시경 혈관 흐름을 돕는 미나리와 부추, 양파, 도토리가루, 달걀, 물, 튀김가루, 소금, 표고버섯가루를 넣고 전을 부쳤다. 김 공은 2쪽 먹고 나는 한쪽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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