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을 통해 내가 깨달은 세 가지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심리 상담을 받는다. 지금은 육아 중이라 100일을 넘긴 아기와 함께 가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가기도 한다. 혼자 이동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내가 심리 상담을 꼭 가는 이유는 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 아무나 만나서 나누는 몇 시간의 대화보다 정당한 값을 치르고 받는 1시간의 농밀한 상담은 내 정신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온전한 수용과 이해가 가능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을 누구도 제공해 줄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 제공한다면 어떨까.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혹시 낭비를 원치 않고 정서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스스로에게 편안한 상담가가 되어주길 추천한다. 이제 내가 몇 번의 상담 회기로부터 얻은 삶의 스킬을 나누려 한다.
1. 나의 잘못된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아는 것
대부분이 어릴 때 양육 환경에서 비롯된다. 살아오는 모든 환경이 나를 만든다. 특히 한창 자랄 시기에 경험한 흔적은 삶에 잘 각인된다. 나 같은 경우는 권위 있고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지금도 있는데 어릴 때 겪은 트라우마가 현재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어릴 때의 아픈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경계를 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부정적으로 반응할 때에 어린 시절에 내가 겪었던 일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인지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분리해야 나중에 통합할 수 있다. 그 분리와 통합을 통해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해지고 현재를 현재로만 바라볼 수 있다. 만약에 특정 상황에 내가 약점이 있고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의 그 상황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며 안전하다는 것을 자신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때의 나는 힘이 없고 연약했지만 지금의 나는 선택할 수 있고 이겨낼 힘이 있다.
2. 온전한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
감정적 지지를 온전히 받고 자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지금 30-40대인 사람들(또는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온전한 수용과 지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로부터 버릇 나빠진다는 것을 경계하는 사회 분위기였고 아이를 많이 낳아 길렀기 때문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심리학이나 정서 관련 서적이나 정보가 많고 사람들이 양육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다.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온전한 이해와 수용을 받아본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 그런 사람이 현재 바로 곁에 존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책은 육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부모라고 생각했는지 잠시 말하려 한다. 나는 100일도 안 된 아기를 자주 밖에 데리고 나갔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다. 상온에 몇 시간 둔 분유를 먹여서 장에 가스가 차 관장을 하게 했다. 범보 의자에 잘못 앉혀서 아이가 중심을 잃는 바람에 바닥에 이마부터 쿵 부딪히게 했다. 감기에 걸려 일주일간 옹알이도 제대로 못하고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게 했다. 그 외에도 나의 실수는 많았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내가 이제 부모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멈추는 게 가능할까. 아니다. 나는 실수를 경험 삼아 더 능숙하고 안전에 대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평소 안전불감증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좀 더 안전을 추구하게 되었다. 내가 한 실수로 인해 아이에게 부정적 감정인 미안함과 죄책감이 전달되는 것이 더 안 좋은 영향일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다면 다음부터 안 하면 되는데 오래도록 그 감정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어릴 적에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빠른 용서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할 때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해야 했고 눈치를 봐야 했다. 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쉽게 용납할 수 없었기에 죄책감을 오래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일이며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때의 부모도 지금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생각과 태도는 변하기도 한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나는 실수를 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수용과 이해의 말을 내게 건넴으로 부정적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일은 일어난다. 자신에게 너그럽고 따뜻하다면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더 나아갈 수 있다.
3.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상황을 볼 때 너무 감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까지 껴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건을 대할 때 가벼이 여기지 못하고 너무 무겁게 해석하는 일도 많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진중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쉽게 생각하고 빨리 넘길 수도 있다. 상대의 경험을 내 경험처럼 같은 감정을 느껴야 할 필요도 없다. 위로는 하되 나와는 분리해야 상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게 일어난 일을 남에게 일어난 것과 같이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꼭 안 좋기만 할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지금은 최악 같은 일도 시간이 지나면 다행히 되기도 한다. 지금 마음이 조금 안 좋더라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자. 지금의 감정에 머물러서 오래도록 마음 아파하며 시간을 보낼 건지, 지금부터 훌훌 털고 시원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건지. 감정을 빨리 터는 것이 어렵다면 장소를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감정을 겪은 그 장소에 머무를수록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몸을 좀 움직여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관점이나 생각은 우리 삶에 힘을 준다. 웃음은 힘든 일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좋은 사람들과 자주 웃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삶이다. 너무 진지하거나 슬픔에 오래 잠겨 있는 것은 주변을 어둡게 만든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면 좋은 기분으로 대해야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 부모의 그늘진 얼굴은 아이가 계속 눈치를 보게 만든다. 자녀의 어떤 실수라도 오래 탓하지 말고 가볍게 여겨줘야 한다. 나의 어떤 실수라도 빨리 용납하고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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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기 자신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법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 너무 엄격할 때가 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나 예민한 기질인 사람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많은 일을 웃음으로 호탕하게 넘기는 법, 나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운다면 오늘 하루 더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