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다른 이의 힘듦을 물어본 적이 몇 번 없는 것 같다.
매번 내가 힘든 것만 얘기했었다.
그 사람의 고민이나 힘듦은 물어보지 않았었다.
그래놓고 난 "왜 나한테는 털어놓지 않았냐 왜 말하지 않았냐"라고 묻는다.
문득 나눈 대화를 꼽씹어보다가
대화 중 적막도 있었다.
뭘 말해야 될지 몰라서 생각하는 적막.
그럴 때는 고민은 없는지 힘든 건 없는지
요즘 재밌는 거 없었는지 좋았던 거 없었는지
물어보면 됐었는데
왜 안 물어봤을까.
사람들은 힘든 걸 얘기하는 걸 꺼려하는 것 같다.
특히 알고 지낸 사이에서는 더욱더 그랬다.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야기가 잘 나왔다.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사이니깐’라는 핑계가 붙어서인지 이상하게 스스럼없이 말이 나왔다.
오늘 본 얕은 관계라 상대방도 날 신경 쓸 만큼 애정을 쌓을 시간이 없었을 테고 애정이 쌓이지 않았을 테니
그냥 흘려듣고 말던지 아님 담아두고 생각하던지
뭐든 상대처럼 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얘기를 듣는 그 사람에게
내 얘기가 부담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힘듦을 말하기가 쉬웠다.
관계가 깊거나
많은 애정이나 마음이 생기면
힘듦을 그렇게 편하게 털어놓지 못하겠더라.
내가 힘든 걸 알리고 싶지 않고
애정하는 이들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고
나로 인해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본 사람에게
오늘 보고 말 사람에겐
더 이상 잘 보일 이유도
신경 써서 말할 이유도
꾸며내서 말할 이유도
없었다.
난 그랬다.
그래서인진 주변에 가까운 이들에게는 내가 강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
하나둘씩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힘듦을 이야기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힘든 걸 잘 이겨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난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뭐든 태연하고, 긍정적이고, 이겨낼 수 있는
사실
난 힘듦에 약하고 이겨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영웅 심리라도 생긴 건지
주변에서 그러니 그렇게 해야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혹시 나처럼 의도치 않게 강한 사람이 되었을까 봐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내가 나에게
괜찮은지
어떻게 사는지
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