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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향나무 Aug 13. 2024

적당함에 맞추는 연습.

오가는 마음을 즐기기엔 짬이 덜 찼나 보다!

예전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길 바랐다. 그저 물건 같은 것처럼 여겨져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필요할 때만 찾아도 괜찮았다.




필요할 때 너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라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네가 제일 잘 알 것 같아서

너라면 전화받을 것 같아서

.

.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필요로 때마다 날 찾았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마음도 의지하는 마음도 잘 생기지 않고 그런 마음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필요로 할 때만 찾아도 괜찮았나 보다.

기대가 없어서 실망이 없었고

바라는 게 없어서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요즘 인간관계의 소모에 대해 되짚어보다가

필요할 때만 찾는 그들의 마음에 처음으로 '실망'이라는 걸 느꼈다.

무의식인지 의식인지 아님 원래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기대'라는 걸 했다.

그래서 요즘 처음으로 필요할 때만 찾는 게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마음도 이럴 때면 한순간 허무함으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 기대라는 걸 했나 보네, 그만둬야겠다'라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망치질하는 것 같아서 이 다짐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마음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대를 했던 스스로가 좀 그랬다.

마치 열심히 지키고 있던 성이 무너진 느낌이랄까.





그런 그들의 마음이 완전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인들만 봐도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으로도 애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야 할 일과 신경 쓸 일이 많아질수록 모든 것에 관심을 줄 수 없었다. 모든 것에 공평해지는 게 어려워졌고 어쩔 수 없이 더 신경 쓰는 것과 덜 신경 쓰는 것으로 나눠졌다. 한결같이 모두에게 공평해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그것조차 벅차게 느껴져 전부를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공평해지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 - 가 생겼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서로 다른 크기로 자라난다는 걸 다른 사람이 날 대하는 것에서 알았다.





그래서 첫 번째나 베스트 말고 한 3번째쯤 되는 사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했다.

항상 베스트가 되기 쉽지 않아 워스트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고

항상 첫 번째가 되고자 부단한 노력과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그래서 한 3,4번째쯤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3,4번째가 되는 것도 결코 적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아예 잊히지도 않도록 너무 무심해지지 않아야 하고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도 않는 그 적당함.

그래야 첫 번째가 되길 쫓아가지도, 애쓰지도 않을 것 같았다.

뭐든 적당히가 좋다며

적당히를 쫓아가고 있었고

그 적당히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어쩌면 적당히가 가장 쉽지 않고 힘든 거라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깨달았다.

그렇게 가장 쉽지 않고 조금은 어려운 '적당한 사람'이 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번째나 베스트는 정해두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와 -가 있었고 너무 많은 욕심과 미련, 후회가 생겨나고 있어 멀리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 잡는 건 매번 어려웠다.

아직까진 오가는 마음을 즐기기엔 짬이 덜 찼나 보다





적당히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오가는 마음을 즐기더라도

그 안에 담긴 많은 욕심과 많은 미련과 후회로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길.

스스로가 덮이지 말길.

그 안에서 조금 허우적대다가 금방 빠져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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