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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향나무 Oct 03. 2024

다 그녀 덕분이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깨닫는 게 많다.

감히 선생의 자격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고

감히 부모의 책임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길에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귀엽다가도

”참 어머님, 아버님은 힘드시겠다 “ 생각한다.



한 아이가 청계천 위 돌다리를 건너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옷이야 빨면 되고

몸도 샤워시키면 그만인데

근데 샤워시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

그래도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저러다 머리라도 깨지면 어떡하려고,,,'

남의 자식이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가 지하철 계단 한가운데 서서는

조그마한 손으로 맨토스를 까고 있으면

엄마는 옆에서 "그거 먹고 싶어?" 물으며

옆에 서서 아이를 기다리신다.

작은 손가락으로 혼자 꼼지락 대며

집중하는 아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었다.




가족들은 다 같이 나란히 걷는데

혼자 난간 손잡이를 쓸면서 가는 아이를 보면

'왜 깨끗하지도 않은 더러운 손잡이를

저렇게 쓸면서 가는 걸까'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 엄마도

날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겠지

나도 저 나이 때 저랬겠지

내 아들 딸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날 닮아 그러겠지

새삼 우리 엄마는 이렇게까지 자기 멋대로인 날 어떻게 키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을

다치지 않고

따뜻하게 잘 키우기 위해선

많은 걸 감내하고

많은 걸 참고

많은 걸 이해해야 된다는 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의 마음을 느꼈다.




날 가졌을 때부터

날 낳아서

날 키우는 것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던 그녀에게서

꽤나 잘 자란 것 같아

잘 키워준 것 같아

그녀가 자랑스럽다.




오만하게도 그전까지는 내가 알아서 잘 자란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녀 덕분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끔 그녀가 키웠다.

그런 엄마에게 자랄 수 있어 감사하고

그런 엄마가 있어 자랑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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