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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향나무 May 23. 2024

그거 하면 뭐... 돈 되는 거야?

아 나 그냥 소소하게 글 써서 어디 올리고 있어.

아 진짜? 그거 하면 뭐 돈 되는 거야?

아니 돈 되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지!.

아 그래~? 그렇구나.




대화가 끝나고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무시당했다는 기분보다는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

어쩌다 처음 나온 말이 돈이 되냐는 질문이 되었을까. 뭐 요즘 내 월급과 통장상태만 빼고 다 오르는 마당에 당연히 중요하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러게 나 글 쓰는 거 돈도 안되는데... 왜 쓰지...?

이런 어딘가 이상하고 어쩌면 당연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괜히 “돈만 밝히는 이 거지 같은 세상아”라고 욕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지만 욕할 수는 없었다. 사실이니깐.




그런데도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만들어서 책상으로 가져와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가장 좋다.

돈이 되는 일을 할 때보다 더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써야 될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어떻게 써야 솔직하게 내가 느낀 걸 전달할 수 있을지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 비록 몇 명이나 볼지 모르고 설령 아무도 내 글을 안 보더라도 이렇게 쓴 글이 좋고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매 글마다 10개 이상의 라이킷이 달리는 걸 보고 글을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면서 더 열심히 썼다.

한 번은 혼자 왠지 모를 업로드의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혼자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좋았고 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좋았다.




사실 돈 중요하지 진짜 중요하다. 돈이 전부일수도 있고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당장 통장에 만원만 남겨놔도 돈이 다라고 돈이 전부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거다.

돈을 많이 벌어도 내가 좋아하는 게 없는 것과 돈을 조금 벌어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는 것 중에 뭐가 더 좋고 나은 삶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돈도 안되는데 왜 쓰지라는 물음에 그만둬야겠다는 대답보단 글 쓰는 이 시간은 버릴 수 없다는 대답이 먼저였다.



주변인들을 보고 나만 봐도 그렇다.

하고 싶은 게 없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무슨 이유들이 발목을 잡는지 뭘 하기 망설여지는 요즘인 것 같다. 그래서 돈이든 뭐든 어떠한 것에도 상관없이 좋아하는 게 있고 그걸 할 수 있음에 다행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나마 이 마음 하나로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는데 이것마저 뺏어가면 삶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현실의 발목 잡는 많은 것들은 다른 쪽으로 해결하고 자유롭게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것만으로도 각박한 세상에서 몽상가 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몽상가 같은 이야기도 없다면 진짜 각박하잖아.

하다못해 좋아하는 게 있어도

이 각박한 현실은 나에게 "돈도 안되는데 왜 하고 있지"라고 질문하게 만들 거다. 그러니 각자의 템포와 방향에 맞춰서 잠시라도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지켜냈으면 좋겠다.



한해 한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들이 한없이 현실 속에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둥

그거 해서 먹고살 수 있겠냐는 둥

남들은 다 자리 잡고 있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둥


모든 상황과 주변환경들이 나에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이런 말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이런 생각이 들면 좋아하는 게 있다가도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헷갈리게 하고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 의심하는 지경까지 갔다. 그러니 하루 중 잠시나마 좋아하는 걸 하는 그 시간을 지켜냈으면 좋겠다.


최대한 길게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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