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써서 주면 답장이 온다. 물론 매번 오는 건 아니다. 그 답장은 똑같이 편지로 올 때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올 때도 있다. 그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답장이 온다. 그럼 또 그 답장에 대한 편지를 쓰는 편이다. 답장이 없더라도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거나,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편지지를 꺼내 쓴다. 그 이유는 다양한 편이다.
책을 읽다가 어떤 구절을 보고 생각이 났거나, 길을 가다 잡생각에 빠져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영화를 보다가, 그 사람이 준 선물을 보다가, 기쁜 일이 있거나, 그 사람에게 슬픈 일이 있거나, 등
이유는 셀 수 없다. 그냥 생각이 나서 쓴다.
난 이런 형태를 가진 ‘편지’ 속 ‘글’이 좋다.
편지가 주는 힘은 물질적이거나 금전적인 힘과는 다른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고작 단어의 배열과 문장의 합이고,
고작 종이에 쓴 까만색 선들일 뿐이지만,
그렇게 글이 되어 그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졌다.
이게 뭐라고 난 큰 위로와 따스한 마음을 매번 받았다.
내가 느낀 이러한 마음을 전해주고자 글을 쓰기로 했다.
거창한 깨달음도, 현실적인 해결방안도 줄 수 없다. 위로와 힘이 되는 글을 읽는다고 해서 나의 상황이 해결되진 않는다. 사실 위로와 힘이 되는 글을 쓴다고 해서 진짜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힘내, 내가 있잖아”라고 말해서 그 사람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도
사람의 마음이 아무렇지 않았던 적으로 되돌릴 수도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단어와 문장으로 마음을 전해
그 글이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다면,
해결해 볼 힘이 조금이라도 생기게 할 수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거라도 있으면 다시 일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적어도 난 그럴 것 같았으니깐.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