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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바질 Dec 27. 2023

너와 나의 관계 그리고 시작

나의 작은 부엌살림살이에 관하여

어른이 뭐지?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의외의 뜻도 보인다. 결혼 한 사람을 두고도 어른이라고 한단다. 나는 내가 항상 어른이 되는 중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된 지도 올해로 삼 년 차이다. 그냥 궁금해서 검색 한 번 하였을 뿐인데. 갑작스레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당황스럽다. 그러면서도 ‘어른 삼 년 차인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물건을 꽤 소중히 여기는 편인데, 남편은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시 살 수 있는 물건에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그럴 수 있지.’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남편이 부럽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물건에 대한 무심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런데 며칠 전 물건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제야 내가 항상 물건들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물건들과 관계를 맺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물건을 아끼게 되었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끈기를 갖게 되었다. 장황한 말 같아 짧게 말해보자면, 나는 절약을 누구보다 잘한다. 엄마는 본인처럼 살려고 하는 나에게 “그렇게 살아도 한 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 세상이야. 너무 그러지 마.”라고 하신다. 사실, 뭐든 풍요로운 이 시대에서 절약 정신이 투철하다니…. 창피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물건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와 맺은 관계가 추억으로 형상화되어 내 옆에 물건으로 남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과 함께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나는 신혼 살림살이 중에서도 내가 제일 애착을 갖고 사용 중인 부엌 살림살이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칼, 도마, 그림, 그릇, 달력, 솥, 마늘 다지기 등 특별한 것은 없다. 부모님, 남편 등 소소한 인연들과 만든 추억으로 빚어진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버릴만한 물건도 없어지고, 편안해진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작지만, 소소한 것들을 들이고 정을 붙이는 나의 마음을 나누어 새로운 물건에 목마름을 매번 느끼는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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