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글을 쓸까
우연히 2025년 1월 31일에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그때의 나는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었다.
웃긴 건, 몇 달이 흘렀는데도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글쓰기는 재미보다 더 복잡한 감정에 가깝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단순한 '글쓰기 욕구' 때문이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 나를 괴롭히는 기억들,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
그것들을 모두 버리거나 비우거나 새롭게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기도문을 쓰기 시작하고,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을 휘갈기듯 적어놓곤 했지만,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 언젠가 책을 쓴다면 이런 제목으로 하고 싶다며 적어놓은 포스트잇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겨진 글보다 버려진 글이 더 많았다.
그렇게 감정 털어놓기 식의 글을 썼다. 때로는 겉과 속이 다른 글도 있었다.
좋은 일은 더 좋게 포장했고, 슬픈 일은 극적으로 표현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내 감정을 쏟아놓기 바빴다.
나는 '1분 안에 스피치 하세요.'라는 말이 제일 어렵다.
하지만 '1시간 동안 설명해 주세요.'라는 말엔 자신 있다.
여행 가이드 일을 할 때,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풀어내곤 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다.
어느 순간 그게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부연 설명이 습관이 되었다.
아마도 여행객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과장과 포장은 하되, 거짓은 말하지 않으려 했다. 내 선배 가이드에게 배운 신념이었다.
"재미를 위해 포장할 수는 있어도,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내 글도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고, 생각이 쏟아지면, 결국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글을 쓸 때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내 손가락은 타자를 치면서도 계속 다른 생각을 한다. 한 문장을 쓰다가도 곧장 다른 질문이 떠오르고, 다른 감정이 밀려온다.
오늘도 그렇다. 아침부터 글을 쓰다가, 문득 다른 작가의 글을 읽었다.
단 세 편의 짧은 글이 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잠재웠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소중한 것을 포기할 만큼의 간절함이 있는가?"
"당신은 지금 충분히 책을 읽고 있는가?"
"천 번을 쓰고 지우며 재미있는 글을 쓰고 있는가?"
책 한 권을 다 읽고 '딱 한 문장만 남기세요.'라고 하면 나는 골머리를 앓는다.
너무 많은 문장을 담고 싶은데, 단 한 문장만 남겨야 한다니.
그러데 어떤 작가들은, 짧은 글 한 편에서 단 한 문장만으로 내 마음을 흔든다.
이것이 '진짜 작가'의 힘인가?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지 2주가 넘었다.
메모장에는 한 줄씩 적어둔 문장들이 쌓여가고,
운전 중에도 음성 메모로 기록을 남긴다.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고, 이 책 저책을 두서없이 한 문단씩 읽기도 한다.
그러다 뇌 감옥 유튜브 드라마를 정주행 하며 감정과 감각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연휴 내내 웃었지만, 나는 울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가.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나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간절해서 쓰는 건 아닐까?
작년 9월, 여행 일을 완전히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다.
믿음을 붙잡고,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죄라고 여기지 못했던 것들을 버리고, 선한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이제는 내 삶을 내가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설계하신 삶을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쌓여 있는 부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그리고 불안한 미래.
그 사이에서 나는 매일 흔들린다. 그리고 하나님께 묻는다.
"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요?"
나는 어제도 글을 썼고,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무빙의 강풀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내일 모두 삭제할지라도, 나는 오늘 주어진 시간과 약속 시간에 꼭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
내일 이 글을 삭제할지라도, 오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글들이,
언젠가는 나를 '진짜 작가'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때의 고민이 지금도 여전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라오스에서 일을 하며 흔들리고, 기도하고,
멈췄다가도 결국 나는 또 글 앞에 서 있게 된다.
나에게 글은 재미가 아니라...
생존이고, 간절함이고, 숨이다.
하나님, 저는 왜 이렇게 글을 쓰나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을 줄 몰랐어요.
어릴 적 공상과 상상을 글로 쓰며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마음으로 원하고
또, 글 쓰는 이 시간이 제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될 줄 몰랐습니다.
겉으로 화려하고, 외부적으로 활동적이고 , 어디서나 스타의 모습이고
혼자 성찰하듯 이런 시간을 즐기는 제 모습이 저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많은 세상의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역풍으로 어렵게 나아가게 되고
그런 속에서도 제가 놓지 못하는 이 글쓰기...
어디에서 온 건가요?
순간마다,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소감문으로, 감상문으로, 또는 간증문처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제 마음은 뭘까요?
주님께서 주신 소망인가요?
'쓰는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은 걸까요?
나는 하나님을 끊임없이 귀찮게 하고,
묻고 묻고 또 묻는 사람이다.
오늘도 묻는다.
흔들려도, 멈춰도, 돌아가도...
결국 하나님이 다시 펜을 쥐어주시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사람이다.
진짜 인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