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서부 이코노미 시티에서 제다로 향하는 길 위에서 2003년과 같은 느낌이 차창 안으로 훅 들어왔다. 2003년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나 알아인으로 장시간 운전을 하며, 가슴속에 들었던 같은 느낌이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 양 옆으로 암환자의 머리 같은 사막의 가시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 있고, 뿌연 공기 속으로 끝도 모르게 펼쳐진 지평선이 보이고, 간간히 6차선의 고속도로를 타고 넘는 뱀 같은 모래의 이동이 꼭 2003년 두바이 시절 같았다.
한참을 달리다 음악을 클래식에서 낸시 아즈람으로 바꿨다. 정말 잘 어울린다. 흙색의 도시에선, 황량한 사막의 고속도로에선 역시 낸시가 답이다. 구성지면서,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아랍의 운율이 이곳의 환경과 날씨에 어울린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표현하고, 강에서의 연회를 위한 음악이거나, 그리스/로마풍의 화려한 음악당에서 연주되는 클래식은 황량한 사막을 달리며 듣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뿌연 공기 속에, 라임스톤의 건물들 곁에, 도로를 타고 흐르는 모래 속에선 역시 낸시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