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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by YT

600 페이지나 되는 책이 이렇게 빨리 재미있게 읽히기는 매우 오랜만인 것 같다. 우리 종의 역사를 개괄하는 Big History를 전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저자의 탁월한 분석이 돋보인다. 마지막 과학혁명에서는 좀 더 평이하게 흐른 감이 있었지만, 인지 혁명-농업혁명-인간 통합까지의 곳곳에 묻어나는 분석은 탁월하다.

수렵과 채집의 사피엔스가 농업혁명을 통해 잉여를 만들어 내면서 지배 엘리트를 탄생시키고, 정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돈/제국/종교를 통해 사피엔스는 국지적 팽창의 행보를 걸어왔고, 미래에는 지구적 차원의 정치가 등장할 것이다. 현재 브렉시트, 미국의 어이없는 민족주의가 잠시 반동의 길을 가는 듯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를 빌린다면) 큰 틀에서 보면 지구적 통합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 깊은 수준의 과학적 진전은 지구적 단위의 정치조직을 필요로 하며, 혹시 이 시점에서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진다면, 지구적 단위의 정치조직 구성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의 급진적인 발전이 우리 종의 빈부 격차 위에서 만들어졌고, 과학은 그 격차를 더욱 벌려 놓을 것이다. 사피엔스는 빈부에 기반한 종 내부의 자연선택(인위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암울하게도 처절한 디스토피아가 우리 종 앞에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밑줄을 진하게 친 부분(170 – 177 페이지 까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원인은 세 가지다.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3.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즉 상상의 질서는 다자가 쌓은 허구의 질서로 각성한 개인은 상상의 질서 속에서 미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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