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달이 남은 승진이라는 이벤트, 아직 대상에 대한 소문조차 없는 지금, 나는 작은 현상에서 그 징후를 해석하고, 그 징후들의 논리를 만들고, 그 논리를 엮어 어떤 때는 행복해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갑자기 불안에 휩싸인다. 이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 나를 흔든다.
생각은 현상을 앞질러 저만치 먼저 달려가고, 제비 집을 짓듯, 지푸라기를 이용해 아주 논리적이고 자체 완결성을 지닌 집을 짓지만, 현상은 저만치 뒤쪽에 있어서, 현상이 생각 즈음에 온다면 그 밑동부터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의 축복이 아니라, 저주 일지 모른다. 또, 너무 앞서간 생각은 현상을 통제할 순 없지만, 행동은 자극할 수 있어서, 생각은 나의 몸 쪽으로 칼을 들이대고 자해를 한다. 저주는 비극으로 끝나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