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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by YT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을 대비시킬 때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계속 그 개념의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대비의 명확성을 위하여 두 개념의 경계는 자주 무시된다. 60%의 소유와 40%의 존재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나는 개념의 확실한 부분만 설명할 테니, 나머지 혼재된 부분과 실제 적용의 문제는 알아서 이해하라!'는 구시대적 글쓰기 방법의 하나다.

뒷 표지에 설명한 에리히 프롬의 입문서답게, 매우 깔끔하고 간략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90년대 나의 고민과 겹치는 부분 – 사회주의의 도덕성, 엘리트주의, 이론과 실천과의 간극 – 을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이상적인 대답을 줄 뿐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법정스님의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유냐 존재냐]는 서양의 관점에서는 많이 새로울지 몰라도, 우리의 관점에서는 익숙하고 당연한 논조를 띄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유대인이기 때문인가? 유대인의 정서와 사고의 방법이 동양과 비슷한 점이 있을까?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 인듯하다.

직장동료 K가 생애의 책으로 추천했고, 다섯 번을 읽었다고 한 것이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동기다. 전반에는 자기 계발서인가? 하는 폄하가 있었고, 후반에 제시한 아이디어들은 다소 이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단순한 구조를 300페이지의 책으로 만들다 보니, 곳곳에서 동어 반복이 보이고, 같은 주제에 대한 변주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늘어지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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