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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가장 사랑하는 아랍인 – 이맘 레자

by YT

내친김에 한번 더 시아파에 대해 알아보자 이슬람 시아파 12 이맘은 아래와 같다.


이맘 알리 – 이맘 하산 – 이맘 후세인 – 이맘 사자드 – 이맘 무함마드 바가르 – 이맘 자파르 싸데 – 이맘 무사 카짐 – 이맘 레자 – 이맘 하디 – 이맘 알리안나기 – 이맘 아스까리 – 이맘 마흐디


12명의 이맘 중 이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맘은 시아파의 시조 1대 이맘 알리, 처참한 순교의 이미지를 가진 가련하고 안타까운 3대 이맘 후세인, 12명의 이맘 중 유일하게 순교하여 현재 이란에 묻힌 8대 이맘 레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12대 어린 이맘 마흐디다.

이맘 마흐디는 전설에 의하면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구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마치 예수의 부활, 최후의 심판의 날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랍지역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면 이맘 마흐디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것이 여러 군데 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라짐과 시아파 무슬림들의 바람이 결합되어 구원의 전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관련 뉴스를 보면 ‘마흐디 민병대’라는 무장조직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것은 12대 이맘 마흐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2003년 이란을 여행하면서 나는 이맘 레자의 성소가 있는 마샤드를 호기심과 약간의 떨림과 기대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짧은 감상기를 여기에 소개한다.


이맘 레자를 만나러 가는 길

마샤드 행 야간열차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야간이라 밖의 경치를 볼 수는 없지만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조그만 방 구조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같다. 4명이 한방을 쓰는데 만약 좋아하는 친구끼리라면 무진장 즐거운 기차 여행이 될듯하다. 생전 처음 낯선 3명의 이란인과 한 공간에 있다. 홍차와 생수 그리고 큼지막한 비스킷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저녁으로 ‘첼로 케밥 쿠 비데’(치킨 케밥 위에 밥을 얹은 것)를 받았다. 비행기에서처럼 이란 야간열차의 서비스 역시 감동적이다.

이제 2층 선반을 펴고, 2층 침대 위에 누웠다. 열차에서는 일회용 하얀 베개 커버와 2장의 침대 시트를 나누어 준다. 작은 공간엔 조그만 TV로 이란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영화에는 관심이 없나 보다.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대사가 조그맣게 웅웅거린다. 이렇게 자고 나면 내일 아침 마샤드에서 눈을 뜰 것이다.


누군가가 기차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 호텔의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 러브스토리의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케르만 파스 호텔의 두 중년의 악사가 들려주던 기타와 키보드로 된 러브스토리만큼 인상적이다. 지금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 호텔은 아침을 이런 부드러운 경음악으로 시작하나 보다.

여하튼 잠을 깨고, 눈곱 뗄 틈도 없이 마샤드란다. 서둘러 시트와 베갯잇을 반납하고 벗어둔 잠바를 껴입고 플랫폼으로 나섰다. 이란 북부의 차가운 공기가 머리를 죈다. 자는 둥 마는 둥 덜컹거리며 온 11시간 30분의 야간 기차여행, 마지막 순간까지 걸레 빵에 잼, 치즈, 홍차 티백이 든 봉지를 나누어 주며 나를 감동시킨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을 먹진 않는다. 이미 라마단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기차 플랫폼에서 담배 한 대를 피고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하여 굳이 숙박할 계획이 없는 호텔로 향했다. 라마단 기간 중 호텔, 기차역, 공항은 마치 소도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선 흡연과 식사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호텔로 들어와 아침 식당의 오픈을 기대리며 호텔의 아침을 알리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이 글을 쓴다. 과거 고등학생 때 즐겨 들었던 익숙한 피아노 소품과 호텔의 따뜻함이 슬슬 머리의 조임을 풀고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다. 이러다 호텔에서 잠들어 버릴 것 같다.


이맘 레자의 관도 못보다

이란 땅에 있는 유일한 이맘의 묘, 이란에서 많은 화려한 모스크와 관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이렇게 큰 모스크는 처음이다. 이맘 레자의 관이 있는 곳은 여러 개의 매우 큰 광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돔과 박물관 도서관등의 부속 건물도 갖추고 있다. 마샤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전체를 묶어 ‘하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른 아침 하람에 있는 박물관을 먼저 들렀다. 지하 1층엔 우표와 화폐가 전시되어 있으며, 1층에는 이전에 이맘 레자의 관을 덮었던 큰 보자기와 금과 은으로 장식된 울타리 덮개 등, 하람에서 떨어진 몇 개의 문과 현판 들(금으로 된)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는 웬진 모르지만 크고 작은 다양한 조개껍데기가 전시되어 있으며 2층 반대 편엔 이맘 알리와 이맘 후세인을 담은 그림들과 함께 자연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며 3층엔 총과 도자기 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맘 레자의 관을 덮어두던 보자기와 울타리 덮개를 제외하곤 이맘 레자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전부다.

특이한 것은 비록 몇 년 전 그 용도가 폐기되어 새로운 보자기와 덮개가 현재 이맘 레자의 관을 지키고 있지만 이 오래된 덮개 주위엔 다른 관들에서처럼 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이맘 레자의 덮개로 쓰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란인들에게 지독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마샤드 하람 입구

드디어 이맘 레자의 관이 있는 모스크, 최고의 성지답게 하람에 들어가려면 조그만 손가방 조차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사진기는 물론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공사 중인 건물 같은 사진을 먼 주차장에서 담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곳은 세계 시아파의 성지로 다른 나라에서 온 순례객이나 관광객을 위해 몇 개 언어의 가이드들을 준비하고 있다.

관이 위치한 내부 공간은 온통 이란 특유의 거울 양식으로 덮여있다. 내부는 기도하는 사람들과 한담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하람의 입구부터 관이 있는 곳까지 벽이나 기둥, 문 등에 입맞춤을 하는 이란인들을 엄청나게 많이 볼 수 있다. 기둥에 입을 맞추고 손으로 문을 쓸고 다시 얼굴을 쓸어내리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맘 레자의 관 주위는 덮개의 울타리라도 만져보려는 사람들로 4중, 5중의 겹이 이루어져 있으며 남자들의 공간이나 그 반대편 여자들의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들 중 누군가가 어떤 종교적인 문구를 선창 하면 모든 사람이 그에 맞추어 답을 한다. 나 역시 관을 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맘 레자를 못 보고 돌아간 것을 후회할까 봐 저녁 무렵 다시 한번 하람을 찾았다. 몇 겹의 사람들을 어렵게 비집고 들어가 울타리를 집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이맘 레자의 관은 볼 수가 없었다. 관보다 더 높이 외부 울타리 높이만큼 쌓인 지폐들 때문에 관의 한 자락도 보질 못했다. 주로 5천과 1만 리얄의 고액권으로 이루어진 이 돈들은 관 주위에서 관보다 높게 사람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다. 이맘 레자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란인들은 이 관을 만지고 그 공간에서 나올 때면 관을 향해 등을 보이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는 항상 뒷걸음쳐 나오게 된다. 관 주위엔 울타리를 부여잡고 흐느끼는 소리도 사람들의 겹 속에서 들을 수 있다. 하람에 있는 광장들 곳곳엔 예배를 할 수 있게끔 카펫이 깔려있다. 라마단 기간이라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은 많아 보이진 않았다. (후기- 원래 이맘 레자의 관이 있는 곳엔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이스파한에서부터 기른 나의 멋진 수염 덕분에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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