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의존이 도덕의 기원이다. 최초의 양상은 먹이를 위한 협동으로 나타나며, 지극히 이론적인 연결고리인 2인칭 단계를 거쳐, 현대의 복잡한 다자관계, 문화적인 단계로 옮아가며 도덕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자연선택을 대전제로 하는 진화론의 틀 안에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감과 정의의 문제, 즉 도덕의 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문화적 단계를 설명하면서부터는 제도와 법의 기원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저자는 제도와 법을 도덕의 다른 이름으로 전제하고, 제도와 법의 기원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암튼 유인원도 가진 공감능력을 정의, 죄의식 같은 고차원적 논의로 끌어올리며, 진화적 관점에서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이 이채롭다. 칸트의 타고난 도덕과 니체의 애처롭게 이용당하는 도덕을 보며, 과연 도덕의 기원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애처롭고 불쌍한 니체의 도덕에 무게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