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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서

by YT

관용구처럼 쓰이던 ‘구중궁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기와와 처마의 이어짐 때문에 창덕궁 속은 더욱 깊어 보인다. 유홍준 교수의 창덕궁과 후원에 대한 찬사 중 하나인, ‘위치’ 자체에 동의한다. 서울 도심인데 마치 강원도 산속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 창덕궁이다.

창덕궁 경내에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은 무료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다. 우리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거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창덕궁의 모든 문엔 이름이 있고, 기둥에는 주련이 있다. 모든 것이 의미를 담는 것이다. 문화적인 것. 우리 민족은 작은 것에도 의미를 담으려는 민족이고, 그리고 그 의미는 자신에 대한 경계를 실천항목으로 한다.

사극의 배우와 장면들을 넣어 설명하는 가이드, 이해는 빨라지고, 내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보는 경치의 범위를 제약하고, 사고를 제약하지만, 사고와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만약 그러한 가이드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없다면 그만큼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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