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구나 한 번쯤 가 보았거나, 여행하고 싶은, 만수르의 나라 두바이가 되었지만, 내가 처음 두바이에 도착한 2003년엔 현재의 두바이가 서서히 준비되는 시작점에 있었다. – 만수르의 나라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여기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두바이는 나라가 아니다. U.A.E라는 아랍에미레이트 연합국의 제2의 도시일 뿐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만수르는 두바이 출신이 아니다. 그는 아부다비(UAE의 수도) 출신으로 부족장 가문의 왕자들 중 하나다. 매우 틀린 말이지만, 죄송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 오늘의 두바이가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세계 최고층 빌딩을 포함한 특이한 모양의 빌딩들, 람보르기니 경찰차 같은 끝판왕 스케일, 7성급 초호화 호텔, 세계 엑스포 유치, 탄소 제로 도시 등 매체를 통해 자주 들려오는 그곳의 남다름 때문이다. 현재 두바이는 중동의 중심, 중동의 돈이 모이는 허브가 되었다.
하지만 두바이가 혁신, 창조의 아이콘이 된 것은 불과 20년 정도 된 사건에 불과하다. 원래 중동의 중심 허브는 1980년까지 ‘중동의 파리’로 불리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였다. 하지만 1980년부터 10년간의 내전을 치르면서 베이루트는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중동의 허브로서의 주도권을 상실해버렸다. 레바논에 내전이 터지면서 중동 허브의 역할을 잠시 가져갔던 도시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다리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바레인이었다. 하지만 바레인이 조금씩 번영을 누리기 시작할 때쯤, 두바이에는 탁월한 지도자 ‘모하메드 막툼’이 등장하고, 그에 의해 두바이는 철저하게 기획된 도시로, 중동의 새로운 허브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다. 사실 그전까지 두바이는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진주조개를 캐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상대로 해적 질을 하던 조그만 도시에 불과하였다. 그 당시 두바이는 자체 화폐도 없었고, 인도의 루피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두바이는 매년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대부분 다국적 기업의 중동 본사는 두바이에 있고, 과거 이집트와 베이루트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아랍 문화 콘텐츠(영화, 음악 등)의 상당 부분이 이제는 두바이에서 만들어지거나, 두바이에 회사를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중동의 모든 돈은 두바이로 모이고 두바이에 투자되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심지어 알 카에다의 자본까지 들어온다고 한다. 두바이는 석유가 나지 않는 도시다. 석유는 주로 아부다비 앞바다에서 채굴되는데, 이것은 아부다비 에미레이트의 자원이다. 하지만 이 오일이 오릴 시장에서 두바이유로 불리는 것은 두바이를 통해 유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철저하게 TOP-DOWN 식으로 기획된 두바이는 중동 다른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같은 국가 안에서 아부다비가 그러하고, 카타르 역시 두바이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도 두바이의 성공을 이식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바이가 이런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 두바이는 시간과 번영을 축으로 하는 한계효용 곡선의 커브를 넘어섰을까? 이제는 그런 피곤하고 힘든 새로움을 만들지 않아도 일정한 발전의 속도를 가져갈 만큼 성장하지 않았을까? 안정 괘도에 진입한 것일까? 이제 그 탁월하지만 노쇄해가는 지도자, 막툼은 조금 쉬어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에서 다소 부정적이다. 내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부실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검증된 일류 외국 기술로 지어지지만, 현지의 운영이 어설프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운영은 하드웨어보다 더 오랜 연습과 숙성,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은 턴키방식으로, 운영도 외국회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낮은 소속감과 직업의식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두바이는 철저히 돈을 위해서만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문제보다 더 큰 이유는 두바이의 정체성 문제다. 두바이를 두바이로 만드는 것이 창조와 혁신이기 때문이다. 멈추는 순간 두바이는 참치처럼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바이는 한계효용 곡선을 타고 넘은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쏘아 올려진 화살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감이 멈추는 순간 화살은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