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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by YT

한 사람이 통증을 느끼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소설 후반, 마이크로적인 탁월한 심리 묘사는 내장이 까발려져 소금이 뿌려진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하지만 문화권의 차이에서 오는 강도는 다소 다르다. 서양에서야 죽음의 순간, 참회와 반성, 특히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놓음이 어려운 것일지 모르지만, 유교적/불교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살아온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며, 마이크로 한 심리 묘사는 어쩌면 불필요한 과장처럼 보인다. 심리적인 묘사는 하나의 빈틈도 없이 꽉 찬 정서를 나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소 간 숨통을 틔워줄 ‘여백’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 단편집에는 3개의 소설이 실려있다. [신부 세르게이]와 [악마]는 한 사람의 전 생애와 같은 시간이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비슷하지만, 추락사고에서 죽음에 이른 몇 달 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이 긴 시간을 축약한다. 시간의 축약은 소설의 스피드를 매우 빠르게 한다. 꼭 요점 정리를 읽는 느낌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이런 면에서 톨스토이는 비슷한 시기의 도스토예프스키와는 다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감정을 끌로 파는 스타일로, 그에게 시간은 더디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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