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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

by YT

기후 변화 협약, 탄소 배출 규제 - 마치 우리 인류 모두를 위한 절절한 호소로 여겨진다. 우리 모두는 이런 앞선 제안에 공감하고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은 매우 정치적이며, 기획된 프로파간다일 수 있다. 이것은 ‘휴머니즘이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의 증거가 된다.

이것은 현 체제, 선진국과 후진국, G7, G20 등 이미 나뉘어 굳어진 국가의 계층화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인 TOOL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는 ‘인권’이 과거에서 온 순박한 TOOL이라면 기후/탄소 등의 문제는 가진 자들이 최근에 개발한, 후진국과 선진국을 고착화하기 위해 고안된 신무기다. 경계에 장벽을 쌓고,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가진 자들의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아주 자연을 닮았고, 부드럽고, 매우 설득력 있는 이데올로기이다.

아프리카 및 세계 곳곳의 빈국들은 이제 겨우 인수분해를 배웠는데, 바로 미분/적분만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후진국들은 과거의 영국처럼 석탄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석유를 뿜 뿜 뿜으며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선진국들은 미리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와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벽을 쳐 버린다. 이제는 그 벽이 표준인 것처럼 인식되게 만드는 것이다. 앞선 사람은 계속 앞서 나가고, 뒤 따라오는 사람은 계속 그 꽁무니를 좇게 만드는 것은 정치다. 그러므로 정치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들은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제논의 역설이 현실이 된다. 뒤처진 사람들은 결코 앞선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 세상이 이러한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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