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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 나스카 라인

by YT

제다에서 출발하여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창을 통해 아래 경치를 보면, 처음에는 서부 해안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뻗어있는 검은 산맥을 보게 된다. 그 산맥을 지나고 나서는 황량한 사막 풍경이 간간히 이어지다가 리야드에 가까이 오면, 무수히 많은 커다란 둥근 원을 보게 된다. 원은 모두 컴퍼스를 가지고 그린 것처럼 정확한 원이고, 그 색깔은 흙색이기도, 연한 연두색이기도, 좀 진한 초록색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 원은 겹쳐지기도 하고, 수 없이 많은 원들이 이어지며,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동시에 여러 개 던진 것 같은 모양이다. 마치 남미의 나스카 라인을 보는 것처럼 예술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원의 정체를 나는 리야드 남부의 도시, 대추야자로 유명한 도시 ‘알 카르즈’를 방문하고 알았다. 비행기에서 바라봤던 커다란 원의 정체는 농장이었다. ‘알 카르즈’의 대추야자 농장에서는 나무에 물을 줄 때, 중앙(원 중심)의 수도 장치와 연결된 적어도 1-2km는 되어 보이는 바퀴가 달린 스프링 쿨러를 이용한다. 이 스프링 쿨러가 정기적으로 원 중심에서 회전하면서 지름 2-4km짜리 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성숙한 대추야자를 키우는 농장의 원은 짙은 초록색이고, 어린 대추야자 나무는 조금 옅은 색이고, 그 외 야채를 키우는 밭은 연두색이고, 이제 새로 씨를 심은 밭은 흙색이었던 것이다. 이런 스프링 쿨러로는 물을 주기도 하고, 제초제나 비료를 살포하기도 한다. 회전하는 스프링 쿨러가 만들어 내는 커다란 원이, 사우디 나스카 라인의 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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