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종려나무, 대추야자 나무는 척박한 중동의 자연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자란다. 올리브와 함께 중동 전역에서 폭넓게 재배되는데, 올리브는 좀 더 북쪽 레반트 지역과 터키 남부 지역에서 더 많이 재배되는 것 같고, 대추야자 나무는 그보다 남쪽인 아라비아 반도에서 더 많이 재배되는 것 같다. 올리브가 주식에 곁들여지는 우리의 김치 같은 존재라면, 대추야자는 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 같은 것으로, 주로 ‘환대’의 음식이다.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에는 집에 손님을 맞이하는 마즐리스라는 공간이 별도로 있는데, 이 마즐리스에 기본적으로 비치되는 것이 대추야자와 아라빅 커피다.
대추야자는 크게 설탕 같은 시럽에 절여서 판매하는 비교적 저렴한 것이 있고, 수확한 그대로 숙성하여 낱개로 판매하는 비싼 것이 있다. 시럽에 절여서 판매하는 것은 비교적 질이 낮은 대추야자로 당도를 높이고, 숙성을 빨리하기 위해 수확하자마자 끓는 물에 삶기도 한다. 대추야자는 그 품종이 매우 다양하고, 그 맛과 식감에도 차이가 많기 때문에 중동지역을 여행한다면 좀 더 다양한 대추야자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추야자는 개별 포장도 있지만 주로 무게로 팔기 때문에, 좀 큰 대추야자 상점에서 품종별로 조금씩 사서 맛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리야드의 ‘Kingdom Dates’라는 상점에서는 각각 250g씩(한 줌 정도) 12개의 품종을 맛볼 수 있다.(하지만 종업원의 좀 따가운 눈치는 받아야 한다.)
대추야자 판매점으로는 리야드에서는 ‘Kingdom Dates가 가장 크고 유명하고, 제다에서는 Tahla라는 상점이 유명한데, 상태나 품질 면에서 Tahla가 더 훌륭하다. 그리고 두바이 여행자들이 공항에서 주로 선물용으로 사는 Bateel은 어느덧 중동 대추야자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는데, 순 대추야자도 있지만, 주로 씨를 제거하고 맛을 더하여, 초콜릿으로 코팅하거나 말린 과일을 필링으로 채운 형태의 대추야자 변형품도 많다. 기본적으로 Bateel의 대추야자의 상당수는 사우디에서 수입된다. 개인적으로 볼 때, Bateel이 유명한 것은 예쁘고 현대적인, 디자인 좋아 보이는 포장 때문이다. 그리고 사우디 전역에는 대추야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커다란 시장이 곳곳에 있어서, 저렴하게 대량으로 사고 싶다면 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중에서도 리야드 북부 Qassim은 대추야자 수확 철이면 대추야자 축제도 하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사우디 내에서 대추야자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