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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표현의 확장

by YT

골든 스카이 – Grapefruit, Wine, Tangerine, Black Tea, Sweet

콜롬비아 우일라 – 잘 익은 감귤류, 고소한 아몬드, 상큼한 산미, 기분 좋은 단맛

Fuente OpusX – Full-bodied, Heavy & Smooth, Spicy, Hint of Cedar, Chocolate Favor, (Earthy)

Single Malt(Speyside)- 가벼운 바디감에 부드럽고, 과일향이 강하며, 꽃향기와 달콤함이 특징


위 처음 두 개는 커피 맛과 향에 대한 표현이고, 세 번째는 유명한 도미니컨 시가(Cigar) Fuente OpusX의 맛과 향에 대한 표현이고, 맨 아래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나오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맛과 향에 대한 표현들이다. 이젠 그냥 단순한 ‘쓴 맛’, ‘커피 맛’, 담배 냄새, 술맛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먹방이 유행하면서 맛과 향에 대한 적확하고, 적절한 표현은 매우 중요해졌다. 미식가/애호가로 인정받으려면 위의 용어 정도는 써줘야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지난번 색상의 표현에 대한 확장처럼, 미각과 후각 표현 역시 최근에는 풍성하게 확장되었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맛과 향에 대해 예민해지고, 섬세해졌다. 사회가 점점 발전하고 확장하면서 인간은 계속 새로운 표현을 찾으며, 그 표현의 한계를 점점 뒤로 밀어내고 있다. 과거에도 같은 맛과 향은 있었지만, 그저 단순하게 쓴맛, 커피 맛, 담배 향, 술맛 정도로 표현했으면 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맛과 향 표현의 표준이 이만큼 올라와서 만약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무지렁이 취급받을지 모른다.

그러면 청각은 어떠한가? 나는 직접적인 청각의 표현으로는 ‘잘 들린다, 소리가 작다, 웅웅거린다’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해서는 ‘감미롭다, 웅장하다, 시끄럽다,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난다, 숲 속에서 새가 지저귀는 것 같다, 고요한 호숫가에 있는 듯하다. 전쟁터의 한 복판에 있는 듯하다, 멀미가 난다’ 정도의 표현은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청각의 표현도 많이 풍성해진 것인가? 그럼 촉각의 표현은? 분명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표현의 세계가 이미 존재하는 것 같고, 우리의 모든 감각의 표현은 사회와 더불어 더욱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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