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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에서 보이는 도스토옙스키

[선악의 저편]을 읽고

by YT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 대한 독후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니체로의 영향관계를 이야기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도덕 계보학]의 프리퀄 느낌이었다. 한편 [선악의 저편]을 읽으면서, 나는 두 부분에서 도스토옙스키 말년의 대작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떠올렸다.

208장은 ‘어떤 철학자가 오늘날 회의론자가 아니라고 암시한다면 ~’으로 시작하는데, 그렇게 암시한 '어떤 철학자'에 대한 주변 사람(타인)의 감정과 반응 변화를 니체는 매우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듣기 싫어함, 놀라움, 경악,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기 직전의 신경쇠약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 철학자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회유하기도 한다. 이 장면의 묘사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대심문관이 메시아(부활한 예수)의 소문을 듣고, 그의 주변으로 와 그를 관찰하고, 마침내 메시아를 협박하기 직전, 대심문관의 심리와 행동을 이야기하는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고귀함/메시아가 비로소 왔을 때,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기득권 혹은 현재의 가치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묘사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227장에서 니체는 러시아인들의 공통적인 사고형태를 하나 이야기하는데, ‘성스러울 정도로 어리석다고 러시아 사람들은 말하는데…, ' 이 부분 역시 조시마 장로를 둘러싼 수도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오는 ‘바보 성자’ 부분에서 정보를 얻어 위와 같은 표현을 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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