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로써의 글쓰기

쓰기에 대하여 6.

by YT

13.

글쓰기는 지나간 내 삶과 또한 거기서 드러나는 진솔한 자신과 만날 기회입니다.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얘기를 실컷 늘어놓을 방법이 글쓰기다. 나를 독자로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의 저자 이상원 교수의 매체 인터뷰 중에서)


치유로써의 글쓰기 – 치유로써의 글쓰기는 마치 정신병원의 상담을 연상하게 한다. 정신병원에서 환자는 전문적인 상담 의사의 리드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환자 스스로 뚝뚝 눈물을 흘리며, 트라우마나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이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의 저자 역시 이러한 정신병 치료 같은 방법론을 글쓰기에 적용함으로써, 글쓰기를 하나의 치유 과정으로 만든다.

정신병 상담이든, 글쓰기를 통한 치유의 과정이든 중요한 극복의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신 상담이 성공하여 치유의 길이 열리려면, 환자는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자기 내면의 노출하기 꺼리는 잠재의식 조차도 의사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어야 완벽한 치료의 길에 이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가 치유가 되려면 자기 밑바닥의 터부마저도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가 의사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가면을 쓰고, 심지어 자신을 속이기까지 하면서 치료의 길을 스스로 방해하는 것처럼, 글 쓰는 사람도 자신을 과장하고, 터부를 일부러 우회하고, 사회의 기준에 맞게 자신을 검열하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특히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 되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지 모른다. 자신이 써가는 한 줄 한 줄에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에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 때 치유의 글쓰기는 완성된다.

하지만 나로서는 ‘치유로써의 글쓰기’는 조금 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글쓰기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변비 걸린 머리에서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치유로써의 글쓰기는 능력의 한계로 인한 좌절로 이어지며, 병을 더 깊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둘째, 개인의 치유가 목적이라면 글쓰기보다 얼마든지 좋은 다른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명상이나 참선 같은 것을 통해, 글쓰기의 전 단계인 생각하기만을 통해서도 충분히 치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쓰는 스킬이 없더라도 명상이나 참선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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