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은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내 출근길은 약 30Km 정도인데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심할 경우 2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아시아 쪽에서 유럽 쪽으로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면 더 심한 경우도 숱하게 볼 수 있다. 지금은 SK에서 건설한 해저 터널과 한국기업 합작으로 만든 보스포러스 3 대교가 추가되었지만, 당시 아시아와 유럽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겨우 2개의 다리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터키 직원들은 차를 두고, 메트로버스(전용차선을 달리는 버스)나 보스포러스를 횡단하는 페리를 주로 이용하여 출퇴근을 했었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다 보니, 이스탄불의 차 막히는 지점에는 도로에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나타나면 일찍 가긴 틀렸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요즘 그런 상인들을 볼 수 없지만, 약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도로에도 차가 막히면 오징어나 뻥튀기를 파는 상인들이 많았었다. 이스탄불의 차 막히는 도로에서는 주로 생수, 헤이즐넛, 시미트, 헬와, 바나나, 제철 과일, 아이들 장난감, 꽃다발 등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제품 가격은 도로 위에서의 정산을 쉽게 하기 위하여, 터키의 화폐단위에 준하여 결정된다. 1TL, 2TL, 5TL, 10TL 이런 식이다. 애매하게 4TL 이런 가격은 없다. 왜냐하면 4TL은 5TL을 내고, 1TL을 거스름 돈으로 다시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몇 번 헤이즐넛을 산적이 있는데, 헤이즐넛은 1TL 단위로 조그맣게 포장이 별도로 되어있다.
한편, 특히 도심에서 차가 신호등에 걸려 멈추면, 주로 젊은 청년이나 아이들이 달려들어 차의 앞 유리를 닦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무조건 닦아주고, 돈을 요구하는 다소 협박성 구걸에 가깝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시내 한복판에서 영업을 하는데, 난감해지지 않으려면 거부 의사 표시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터키 정부에서 시리아 난민을 받기 시작하면서 도로의 상인과 구걸이 점점 늘어가는 모양이다.
좀 오래되었지만 이란의 테헤란에서도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구걸행위를 한다. 한 번은 무슨 뽑기 통(긴 종이들이 꽂혀 있는) 같은 것을 가져와서 선택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오늘의 운수’를 무작위로 알려주는 점을 치는 행위이다. 그리고 당시 이란에서는 차 막힌 도로에서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년 전 이란의 도로는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사우디에서도 최근에는 도로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밤에 신호에 걸려 대기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스윽~’ 다가와 문을 두드리는 아랍 여자에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검은색 아바야를 입고 뒤쪽에서 나타났기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아이를 안은 여자들이 비교적 구걸을 많이 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