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라딘]에서 사람 같은 마법 양탄자가 아니더라도, 중동/이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품 중 하나가 아마 양탄자, 카펫일 것이다. 터키와 아랍 모든 모스크에는 거대한 카펫이 깔려있다. 회사나 공공기관에도, 그리고 응접실을 비롯한 그들의 집 곳곳에도 깔려있다. 이런 인테리어를 위한 깔개로써의 카펫이 있다면, 들고 다닐 수 있는 비교적 작은 휴대용 카펫도 있다. 무슬림은 기도할 때, (거의) 자신만을 위한 기도용 개인 카펫을 사용한다. 모스크에 거대한 카펫이 깔려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인용 카펫을 들고 다닌다. 이 휴대용 카펫은 가로 약 1미터, 세로 약 1.5미터 정도의 직사각형으로, 보통 자신의 차에 두고, 갑자기 야외에서 혼자 기도할 때도 사용한다. 보통 사우디 직원들은 사무실에도 하나 더 자신의 개인용 카펫을 두고, 틈틈이 기도할 때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카펫이라고 통칭하지만, 카펫이라고 부르는 것은 터키어로 ‘할르’에 해당한다. 할르는 씨줄과 날줄에 매듭을 묶는 것으로 매듭의 반대쪽이 위로선 형태다. 그래서 손으로 쓸면 그 끝이 옆으로 누우며 약간 다른 색깔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할르’와 다른 것이 있는데, 매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을 옆으로 쭉 엮어서 만든 ‘킬림’이라는 것이 있다. 킬림은 웨이브 형태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손으로 쓸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할르에 비해 킬림은 매우 싸다. 그래서 킬림은 주로 가정집의 부분 부분 바닥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물론 부잣집에서는 할르를 깔지만 말이다.
카펫은 전통적으로 페르시아 카펫이 유명한데, 특히 테헤란 남부 종교 도시 ‘GOM’의 실크 카펫은 그 비싼 가격과 고급스러움으로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카펫의 대명사다. 또, 카펫이 유명한 곳은 터키인데, 터키에서도 이스탄불에서 멀지 않은 헤레케의 할르가 유명하다. 카펫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름답고, 복잡한 문양과 더불어 ‘노트(Knot) 수’가 매우 중요하다. 페르시아 카펫 중에서도 최상품의 노트 수는 120노트이다. 이 노트란 일정한 면적 안에 들어가는 매듭의 수를 의미하는데, 노트 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밀도가 높고,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실크 카펫의 경우 80-120이면 최상품 카펫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터키에서 카펫 박물관이나 상점에서 카펫 구경을 하며 깜짝 놀랐다. 터키 카펫은 보통 노트 수가 120, 좋은 것은 180, 최상품은 200이 넘는 것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비밀은 직조 타입에 있다. 이란의 카펫은 싱글 노트로 구성된다. 즉 매듭을 하나만 매는 것이다. 하지만 터키 카펫은 매듭이 2개인 더블 노트다. 더블 노트 카펫은 어떤 경우 모양과 색이 결에 따라 아주 다르게 보인다. 싱글 노트 카펫은 옆으로 쓸어보면 무늬와 모양은 같지만 약간 색이 흐리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 더블 노트 카펫은 옆으로 밀면 아예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란이나 터키에서 뿐 아니라, 아랍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카펫 구경은 매우 재미있지만 많이 부담스럽다. 카펫 상점에서 카펫 구경을 하면, 차와 간단한 다과가 나오고, 나의 앞에서 엄청난 크기의 카펫 수십 장을 펼쳐 보인다.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매우 부담스러운 호객행위이지만 선뜻 돈을 지불하기에 살만한 좋은 카펫은 너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