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이스탄불, 사우디 제다, 사우디 리야드 중 어디가 가장 덥냐고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자르며) ‘서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정말 ‘더위의 느낌’(체감 더위)에서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아가는 2021년 여름이다. 체감 더위는 온도와 습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두바이, 제다 그리고 리야드는 지금 약 50도에 육박할 것이다. 특히 아라비아 반도의 가운데에 위치한 리야드는 어쩌면 50도가 넘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리야드가 가장 시원하다. 리야드는 습도가 거의 없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다. 바깥에 나서면 잠시 햇빛이 살을 때리는 따가운 느낌이 들다가도, 그늘에만 들어서면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우리 집 습도계는 리야드에서 자주 ‘LL’(측정할 수 없음)을 찍었는데, 아무리 습도가 높아도 10% 아래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어디일까?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해안에 위치한 두바이? 서쪽 해안에 위치한 제다? 이 두 도시 중에선 제다가 약간 더 시원하다. 제다는 아라비아 반도를 종단하는 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해안도시로 습도는 다소 높아도, 온도는 그리 많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 날씨에서는 이제 두바이가 아라비아 반도 최악의 도시가 된다. 기온은 50도를 육박하고, 습도도 높아서, 겨울에 에어컨을 켠 상태로 차창을 열고 운전을 하면 에어컨에서 하얀 수증기가 가습기처럼 나오는 곳이 두바이다.
하지만 이런 두바이보다도 더 덥게 느껴지는 곳이 서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삐질 난다. “중동에서 오래 산 네게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겠네!”라고 친구들은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왜 그럴까? 사실 두바이의 습도나 서울의 습도나 비슷비슷하다. ‘더위의 느낌(체감 더위)’을 측정할 때는, 온도와 습도 외, ‘실외에서의 활동’이라는 축이 하나 더 세워져야 한다. 두바이는 모든 이동이 차로 이루어지는 도시다. 두 지점까지 이동은 철저하게 지하 주차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혹은 그늘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햇빛에 노출될 일이 별로 없다. 바깥에서 걷는다고 해봐야, 겨우 그늘 막이 있는 주차장에서 건물 입구 까지가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바이의 많은 한국인 주재원들은 정기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D 부족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승용차로 이동하더라도, 점심 식당 정도는 걸어서 가고,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고,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두바이에 비해 실외 활동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서울이 중동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다. (단호하게) 서울이 제일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