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그다드 카페

by YT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Calling You라는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하고, 두 여성에 의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의 먼지 나는 사막 도로에 위치한 바그다드 카페가 사람들의 생명력을 회복시켜가는, 누구에게는 인생 영화로, 또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 영화로 잘 알려진 1987년 작 영화 [바그다드 카페]. 나는 이 영화를 볼 때 면 항상 미안한 감정이 먼저 든다. 그것은 2003년 시리아에서의 기억 때문이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 로마 도시, 팔미라로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신기했던 사막 풍경이 지루함으로 바뀔 때쯤, 고속도로 휴게소 “바그다드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사람이면 시리아의 바그다드 카페가 얼마나 영화의 분위기와 닮아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 쓴 식용유 깡통을 아쟁으로 개조하여 아름다운 베드윈의 선율을 들려주는 도인 같이 넉넉한 주인과 그 주인의 돌 명함, 허허벌판 사막의 황량함과 카페 안의 풍부하고 넉넉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영화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빼다 박은 곳이 시리아의 “바그다드 카페”다.

하지만 정작 카페 주인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얘기만 많이 들었을 뿐, 주인은 영화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내게 한국에 돌아가면 비디오라도 하나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이 못내 아쉽고, 또 그에게 미안하다. 몇 년 동안 IS와의 격전, 내전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그는 무사할까? 2003년 내가 만났던 호기심과 순박함이 표정에서부터 묻어나던 시리아 사람들은 모두 안녕할까? 모두 무사하길 마음으로 빌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같이 붙어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