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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붙어 다녀요

by YT

우리나라 말에는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단어들이 있다. ‘냉이와 달래’, ‘머루와 다래’, ‘개나리/진달래’, ‘사과와 배’ 등. 물론 위 단어들은 단독으로도 사용되지만, 보통 일반적인 쓰임에서 이 둘은 꼭 함께 언급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언어 사용 습관이다. 내 생각에 ‘냉이와 달래’, ‘개나리/진달래’는 수확과 개화의 시기적 근접성 때문인 것 같고, ‘머루와 다래’는 깊은 산속이라는 장소적인 근접성 때문인 것 같다. ‘사과와 배’는 범재성, 일반성(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과일)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냉이와 달래’ 외에도 씀바귀, 두릅 같은 비슷한 시기의 봄나물들도 많고, ‘머루와 다래’ 외에도 깊은 산속에서 채취할 수 있는 열매도 많은데, 왜 굳이 이 두 단어만 함께 언급되는 것일까? 사후 해석처럼 보이고 끼워 맞추기 같지만, 혹시 어감 때문은 아닐까? ‘냉이와 씀바귀” 보다는 ‘냉이와 달래’가 더 부드럽게 들리진 않는가?

그리고 부정적인 느낌을 일으키면서 같이 붙어 다니는 낱말도 있다. ‘개/돼지’(늘 중간에 조사 없이 쓰인다), ‘개나 소나’ 부정적 의미의 단어 결합은 어느 정도 부정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슷한 느낌의 두 개 단어를 붙여서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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