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EBS에서 ‘100년의 가게’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전 세계의 100년 이상된 상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터키에서는 3곳의 가게가 방영되었다. 그중 한 곳이 오늘 소개하는 카파도키아 근처 아바노스라는 마을에 위치한 ‘규라이’다. 카파도키아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고, 아바노스의 규라이는 가이드들이 반드시 관광객을 끌고(?) 가는 기념품 상점이기에, 아마 상호는 기억하지 못해도 많은 분들이 규라이를 방문했을 것이다. 규라이가 유명한 것은 그들이 자체 발굴한 히타이트 문양과 형태의 토기들 때문이다.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그린 히타이트 문양(꽃, 사슴 등)은 아주 먼 고대의 것이지만, 그 단순함과 추상성은 현대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규라이는 토기 중심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규라이의 토기는 표면이 거칠고, 무겁고, 투박하다.
터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푸른빛 타일과 도자기가 유명한 곳은 따로 있다. 블루 모스크의 멋진 푸른빛 타일과 성 소피아 성당의 일부 제단 벽을 장식한 푸른 타일은 예술을 넘어 종교의 신비한 체험과도 닿아있다. 터키 푸른 타일의 본고장은 이스탄불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이즈닉’이라는 작은 도시다. 우리에게 이즈닉은 매우 낯선 도시처럼 들리지만 이즈닉의 옛날 이름이 ‘니케아’라고 하면 모두 무릎을 치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맞다! 니케아 공의회, 기독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되고 그 첫 번째 공의회가 열렸던 곳, 예수의 신성을 인정한 삼위일체파가 주도권을 잡고, 예수의 인성을 주장했던 아리우스 파가 단죄되었던 곳. 이곳이 니케아, 즉 이즈닉이다. 이 이즈닉에서 터키 타일의 푸른빛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즈닉도 그리 오래도록 터키 도자기의 명성을 끌고 가지는 못했다. 너무나 단시간에 도자기와 타일의 재료가 되었던 좋은 흙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이즈닉에는 소규모 도자기/타일 공방이 조그만 골목에 모여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즈닉에 가면 터키의 푸른빛을 꼭 사 와야 한다.
이즈닉의 좋은 흙의 고갈 이후, 이즈닉의 대안으로 유명해진 곳은 큐타하로, 이곳에는 터키 도자기 브랜드들의 공장이 많고, 대형 그릇 할인 매장이 즐비하다. 그리고 다양한 도자기와 다양한 그릇을 파는 커다란 상설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현대 터키에서 도자기는 큐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