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탁월한 서사 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 중 하나가 ‘마사다’에서의 유대인 최후의 저항이었다. 예루살렘의 하루짜리 속성 투어를 몇 년 전에 마치고, 늘 다음엔 마사다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내 여건이 허락되어, 새벽에 출발하여 도착한 마사다는 어렴풋이 생각했던 대로 아랍지역의 전형적인 돌산이었다. 아직 컴컴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 쪽으로 달리다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사해를 왼쪽으로 끼고 약 3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반대편 사해 쪽으로 천천히 해가 떠오를 때쯤 내 앞에 테이블처럼 평평한 높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그곳이 마사다다.
로마 군대로 하여금 산봉우리만큼 높은 토성을 쌓게 만들었던 곳, 주변의 구릉과 달리 우뚝 높게 솟아있는 마사다의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올라가는 하이킹 코스도 있지만, 우리는 관광객답게 삐걱거리는 낡은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많은 부분 부분이 복원되었지만, 거의 폐허에 가깝다. 무슨 무슨 터 정도의 정보만 알 수 있으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당시에 대한 정보를 동원하여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묘사된 마사다는 그 많은 사람들의 집단 자살과 살아남은 1인(유세프)의 행적과 당시 상황에 대한 묘사로, 로마에 저항하던 유대민족의 생각이 무엇인지, 신과 종교에 대한 열정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마사다에서 장교들의 임관식 같은 군대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마사다는 그 저항정신에 걸맞게 유대인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