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들에게 점을 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여기저기 OO도사, OO보살 같은 간판은 전혀 볼 수 없고, 터키인들에게 그들의 태어난 날은 단지 축하를 위한 것일 뿐 사주 풀이를 위한 재료가 되지는 못한다. 점에 있어서 만큼은 매우 서구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터키에도 우리나라의 神占 혹은 쌀 점 같은 것이 있다. 주재 초기, 내 주재 생활의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반은 호기심으로 터키에서 점을 본 적이 있다.
동료직원의 소개로 경치 좋은 베벡의 일반 카페 한쪽 귀퉁이에서 점을 봐주는 도사님을 만났다. 이 도사님은 모래와 작은 조약돌이 담긴 조그만 판을 앞에 두고 조약돌과 모래를 손으로 만졌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터키 말로 이야기를 해주어 영어 통역을 통해 나의 미래를 들었다. 외국에서 외국인 도사님으로부터 나의 앞날을 외국 말로, 그것도 통역을 통해 듣고 있는 것은 매우 재미난 체험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터키인들에서 이러한 점은 일반적이 않다. 대부분의 터키인들이라면 '커피占'에 보다 익숙하다.
터키에 관광을 다녀왔거나, 조금 사셨던 분들은 터키인들의 ‘커피占’은 많이 들어봤고, 실제 보는 것을 봤을 것이다. 터키인들이 즐겨 마시는 터키쉬 커피는 커피가루를 조그만 주전자나 동으로 만든 조그만 단지처럼 생긴 '체즈베'에 처음부터 물과 같이 끓인 다음, 우리 커피잔보다 작은 잔에 따라 준다. 그래서 터키쉬 커피는 바로 마시면 안 되고, 커피 가루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 그 위의 커피 물만 마셔야 한다. 밑에 침전된 가루는 먹는 것이 아니다.
터키의 커피占은 이 가루를 이용한다. 커피를 마신 다음, 커피 받침으로 커피잔을 덮고 뒤집어 한참 놓아두면, ㅂ커피 찌꺼기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뒤집어진 커피잔에 흘러내린 흔적을 만들게 되는데, 이 모양을 가지고 오늘의 운세 같은 점을 치는 것이다. 말 주변이 좋거나 神끼(?)가 있는 친구가 심심풀이로 쳐주는 것, 카페에 앉아 즐겁게,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터키의 커피 점이다. 커피 점을 위한 모바일 어플도 있어서, 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적절한,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해석을 해준다. 커피 점은 터키 젊은이들의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