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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

by YT Aug 08. 2021

 ‘안다고 생각했던 소설’. 어릴 때부터 작은 문고판으로 접했고, 그 각각의 부분들을 다른 형식(연극, 뮤지컬 등)으로 접해서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소설이 바로 [돈키호테]다. 하지만 [돈키호테]에서 내가 아는 부분은 소설의 도입에 나오는 ‘풍차와의 대결’로 극히 일부분임을 알았다. 사실 고전 중에는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많다. 그 착각의 주된 이유는 [돈키호테]처럼 책이 너무나 유명해서 다른 형태로, 극히 작은 부분이 하이라이트 되어 계속 변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돈키호테]가 액자 소설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읽으며 처음 알았다. [돈키호테]1만 해도 7개의 소설 속 소설이 존재한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거나 그들이 들려주는 형태로 절대 짧지 않은 완벽한 구성을 가진 중/단편 소설이 [돈키호테] 속에 있다. 이 액자들이 어쩌면 더 커 보여서, 우리가 흔히 알고, 사람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돈키호테의 모험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돈키호테] 속 이야기는 손오공이 삼장법사와 만난 후, 저팔계와 사오정을 수하로 들이는 과정과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자, 허수아비, 깡통 로봇이 만나서 같이 모험을 떠나는 과정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한 곳에 모이는 용광로 같은 주막에서의 하룻밤 이후, 각자는 그룹을 이루어 각자의 길을 가기 전까지, 모든 이들은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그를 따라 여행을 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설 속 소설에서 나오게 된다. 이런 방식은 고대 이래로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모험 소설의 전형을 이룬다.

 사실 ‘안다고 생각했던’ [돈키호테]를 읽을 생각을 한 것은 니체 때문이다. 니체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 ‘고귀한 인간’의 모습이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돈키호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니체의 저작에서 '고귀한 인간'으로 예를 들고 있는 현실적인 인물(나폴레옹)과 역사적인 인물(괴테, 알렉산더 등)들은 아무래도 니체의 관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인물들은 니체가 바라보는 관점(니체의 의도와 일치하는)만을 제공하지 않고, 그 외에도 니체의 논의와 맞지 않을 수 있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니체가 쌓은 논의의 구조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니체 철학의 뒷다리를 잡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니체의 ‘고귀한 사람’을 소설 속 인물에서 찾는다면 불필요한 논쟁/트집을 어느 정도 비켜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그 성격과 캐릭터가 작가에 의하여 하나로 모아 지므로 캐릭터와 성격에 있어 일관성을 가진다. 즉, 실제 알려진 역사적인 인물이나 현실적인 인물은 다양한 성격의 스펙트럼을 가지지만, 소설 속의 인물은 작가의 의도에 의하여 그 스펙트럼은 몇 가지, 혹은 한 가지로 모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니체를 돕기 위해 돈키호테에서 니체의 ‘고귀한 인간’을 찾아보려 한 것이다.

 이런 나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돈키호테] 속 돈키호테는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에게는 ‘편력 기사’라는 분명한 길이 있고, 이 길을 가는 확고한 원칙이 있으며,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목적 달성을 위한 일시적인 고난으로 생각할 뿐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캘리선의 노를 젓는 형벌을 받아 끌려가는 죄수들을 풀어줄 때, 그는 ‘절대적인 자유’의 신봉자로서, 인간은 무엇에 의하여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니체가 말하는 ‘고귀한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에 해당한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이런 모습은 ‘통속적인 편력 기사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만의 독창성은 거의 없다. 그가 겪는 모든 상황을 돈키호테는 기사 이야기의 특정 장면으로 이해하고, 기존의 이야기에 준하여 그의 행동을 실행하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독창적이지 못한 것으로 니체의 ‘고귀한 사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책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는 돈키호테가 이해되고, 애잔하고, 불쌍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책의 영향’이라는 대전제를 무시한다면 돈키호테의 삶은 니체가 말하는 ‘고귀한 영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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