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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하나를 본다면…,

요르단 페트라

by YT

‘중동에서 하나를 본다면 페트라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요르단의 페트라는 중동 내 여타 관광지에 비해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자연과 인간이 공동으로 만든 거대하고 웅장한 페트라를 마주한 순간 사람들은 경외의 감정을 느끼고,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페트라는 중동지역에서 중개무역을 하던 나바테아 인들의 수도로 알려져 있다. 나바테아 인들은 페트라의 쇠락 이후, 남쪽으로 내려와서 사우디 아라비아 북부의 ‘알 울라’ 지역에도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거주지를 만들었다. 최근 정책적으로 관광산업 개발에 힘쓰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1순위 관광개발 지역이 나바테아 인들의 거주지인 ‘마데인 살레’를 포함하는 알 울라 지역이다.

그동안 그리스/로마의 건축물에 익숙했던 내게 페트라가 준 강한 인상은 나바테아 인만의 독특한 공간 창출 방식 때문이다. 보통 공간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돌이든, 나무 든 ‘쌓아서 만든 공간’이었다. 하지만 나바테아 인들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 바깥에서부터 조각하고, 그 안을 파내어 내부 공간을 만들고 있다. 페트라의 보물전, 원형극장 그리고 무덤의 디자인 자체는 로마시대 유적인 시리아의 팔미라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반대다. 이렇게 바위를 뚫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햇빛을 잘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그 내부 공간 역시 화려한 외관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좁은 편이다. 그래서 현재 페트라의 유명한 파서 만든 건축물들은 무덤이거나 수도원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깎아서, 파내어 공간을 만드는 비슷한 유형에는 페트라의 보물전, 네크로폴리스와 같은 목적의 파라오의 무덤인 이집트의 왕들의 계곡이 있고, 로마시대의 지하 무덤 카타콤이 있으며, 생활공간으로는 터키 카파도키아의 집들과 지하도시 있다. 하지만 왕들의 계곡은 도굴을 피하거나 침입자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입구가 숨겨져 있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지는 않고, 카파도키아의 집들과 지하 도시는 완전히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매우 실용적인 구성을 보일 뿐이다. 하지만 페트라는 너무나도 화려한 입구를 자랑하고 있다. 파내어 공간을 창출하는 방식 중에서 나바테아 인들이 가장 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페트라의 백미는 시크다. 좁은 기암괴석의 사열을 받으며 지나는 이 길은 페트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붉고, 푸른 어떤 곳은 종이 조각처럼 공중에 붙어있는 약 100M 높이의 아름다운 바위들은 초입부터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100m 공중에서 바위에 부딪쳐 아래로 흐르는 빛들과 그것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음영, 빛을 머금어 그 색이 더욱 또렷하게 빛나는 형형색색의 절벽을 천천히 감상하며 지나다 보면, 시크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거대한 보물전과 마주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배’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좁은 시크가 확 넓어지며, 갑자기 넓은 광장과 거대한 건물이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매우 극적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유적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돌아가도 좋다. 당신은 페트라의 진수를 경험한 것이다.

그래도 더 경험해야겠다면 이제부터는 낙타나 당나귀를 타도 좋다. 보물전을 지나면 나바테아 스타일(바위를 파는)의 네크로폴리스가 나타나고 원형극장(이것 역시 절벽을 통으로 깎아 만든)을 지나면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넓은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곳에도 몇몇의 칼럼과 건물들이 있지만(나바테아 스타일이 아닌 일반 스타일) 규모나 보존 상태 면에서 그리 썩 훌륭한 것이 못된다. 차라리 기암괴석에 구멍을 뚫어 마련한 무덤 동굴이나 집들을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 여기까지가 걸어서 1시간이 넘는다.

그리고 여기서도 더 페트라의 진수를 보고 싶은 분들은 ‘Wadi ad-Dayr’로 방향을 잡고 Monastery ad-Dayr를 올라가라! 이길 또한 붉고 푸른 멋진 절벽들을 좌우에 끼고 가는데 평평한 길이 아니라 완전히 등산을 하는 것이다. 이 길은 당나귀만 운행한다. 이길 주위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너무너무 힘들다. ‘시크의 등산 버전’인 듯한 이 아름다운 절벽을 끼고 1시간을 올라가다 보면 나바테아 인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이 험한 산에 그들의 어려운 유적을 곳곳에 남기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Monastery는 초입의 보물전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힘겨운 등산의 끝에 마주해서인지 너무나 반갑고, 감격스럽다. 그리고 Monastery 앞 유적 매점의 생수 한 병은 등산의 피로를 날려 줄 만큼 시원하다. 사실 이 Monastery 너머에도 또 다른 나바테아 인들의 유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페트라는 하루에 전체를 볼 수 없어서, 유적 초입의 매표소에서는 당일권, 2일권, 3일권을 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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