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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살아있다

by YT

바알벡(레바논), 팔미라(시리아), 제라쉬(요르단)등은 과거 로마의 영화를 간직한 거대한 도시 유적들이 있는 곳이다. 모두 잘 정렬된 석주들과 화려한 조각의 신전 등을 간직하고 있으며, 하루 종일을 둘러보아야 모두 볼 수 있을 만큼 규모 역시 매우 크다.

하지만 이런 몇 천년의 로마의 기둥과 조각보다 내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마의 영광은 밤이면 지금도 '살아난다'는 사실이다. 레바논의 베잇-딘과 바알벡에서는 매년 여름이면(관광 성수기) 거대한 이벤트가 유적지 안에서, 과거의 돌들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바알벡의 거대한 로마 유적이 오페라 무대로, 때로는 콘서트 장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자기 조상들의 유물을 현재에도 현대적인 의미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유적은 소중한 것이어서 절대적으로 훼손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에 멀리서 바라보거나 꽁꽁 싸 놓는 것이 아니라, 죽은 유적을 현대의 목적에 맞게(때때로 과거의 목적에도 부합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동 국가들을 여행한다면 화려한 조명의 오페라 무대와 같이 호흡하는 2000년 전의 돌기둥들의 화려한 부활을 한번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3500040.JPG 레바논 바알벡 페스티발을 준비하는 모습

처음에 이들 유적을 볼 때 무슨 공사장에 온 듯한 느낌 때문에 적잖이 실망했지만(로마의 기둥을 막고 선 대형 스피커와 원형 극장 고유의 칼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뒤덮인 하얀 플라스틱 의자들) 몇 시간을 배회하고 나서 유적지에서 보는 현대적인 오페라 역시 후손들의 가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년 4월에 시리아의 팔미라에서도 '팔미라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또 요르단의 제라쉬에서도 역시 매년 여름밤이면 스피커 소리가 로마의 기둥을 깨우는 '제라쉬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이런 페스티벌은 밤에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높이 솟은 화려한 로마의 기둥들에 반사되는 조명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2003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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