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관광지를 몇 년을 두고, 반복하여 여행하다 보면 한국/중국/일본 단체 관광객의 구성에 어떤 WAVE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먼저 일본 단체 관광객이 가장 먼저 다녀가고, 그다음에는 한국, 마지막으로 중국이 뒤를 따른다. 요즘은 어디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류를 이루지만, 중동 여행의 초창기에는 일본-한국-중국 순서로 WAVE가 만들어졌으며, 이것은 정확하게 경제발전의 순서와 일치한다. 적어도 단체 관광객의 WAVE는 그러했다.
나는 이집트 여행 당시 많은 수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다. 그중 일본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데, 그들은 늘 깃발을 따라 긴 줄을 만들며, 일본어 가이드의 설명에 매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똑같은 패턴을 장소를 달리하며 계속 접하다 보면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은 상당히 희극적인 인상을 준다.
중동의 유명한 유적 관광지인 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과 카파도키아,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룩소의 신전, 요르단의 페트라는 물론이고, 더욱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시리아의 팔미라에서도 많은 수의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한중일)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집트의 '샴 알 세이크', 요르단의 '아카바', 터키의 '보드름'에서 동양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상대적으로 유럽인들이 많은 편이다. 즉, 중동의 유명 유적 중심 관광지에는 많은 한중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중동의 유명 휴양지에서는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없다.
유럽인들과 우리들(한중일)은 휴가의 패턴이 다른 듯하다. 서양인들은 보는 관광보다는 휴양 및 휴식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이고, 한국-중국-일본은 보는 관광에 많은 부분 중심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이것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들 누구도 이집트 같은 곳에 어렵게 가서 피라미드를 보지 않고 샴 알 세이크 해변 가에서 일광욕과 선탠을 즐기며 돌아오기를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해외여행이라면 유명한 상징물들(피라미드 등) 앞에서 찍은 사진(즉 건져갈 건더기가 있어야)이 있어야 진정한 해외여행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휴양지에서 만나는 유럽인들은 조금 다른 듯하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책을 읽고, 얘기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빈둥빈둥 보낸다. 좋은 경치, 좋은 날씨, 좋은 바다에서 휴식하기 위한 관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우리도 유럽인들의 휴가를 닮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렵고 비싼 돈 들여 간 외국에서 이런 식으로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