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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에 대하여

by YT

낙타는 중동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특히, 아라비아 반도의 대표 동물이라면 단연코 사막의 빛깔을 닮은 낙타라고 누구나 대답할 것이다. 우리에겐 몇 년 전부터 낙타가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의 원흉으로 알려졌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낙타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가축이고, 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낙타가 모두 사막의 색을 닮은 것은 아니다. 사막을 차로 달리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방목되고 있는 낙타를 보는데, 좀 더 진하거나/옅은 색의 다양한 흙 색깔 팔레트를 볼 수 있고, 어떤 것은 아예 흰색이고, 어떤 것은 검은색에 가깝다.

낙타는 아랍어로 ‘자말’이라 하고, 아랍 남성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여성인 경우는 ‘자밀라’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자밀라’는 여자아이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아름답다, 예쁘다’의 뜻을 가진 매우 자주 사용하는 아랍어 단어이기도 하다. 즉, 낙타와 ‘예쁘다’는 아랍어의 같은 어근을 공유하는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그래서 낙타는 글자 그대로 ‘이쁜이’가 된다. 실제로 낙타를 유심히 바라보면, 긴 속눈썹과 커다란 눈망울, 두툼한 입술이 너무나 예쁘고 귀엽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매년 ‘예쁜 낙타 경연 대회’가 열리는데, 총상금이 약 USD 31.8M 수준으로 전국의 모든 낙타 소유주는 이 기회를 잡기 위하여 1년을 준비한다. 경쟁이 과열되어 몇 년 전에는 낙타의 입술에 보톡스를 놓아 12마리의 낙타가 실격패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쁜 낙타의 기준은 순수 혈통과, 털의 빛깔, 목의 곧음, 전체적인 균형이라고 한다.

또, 중동에서는 낙타 경주 대회를 한다. 낙타 경주 대회는 보통 7-8세의 어린아이들이 기수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최근에는 무선을 이용한 로봇 기수를 활용한다. 로봇 기수에는 자동 회초리 기능이 있어서, 자동차를 탄 주인들이 낙타와 함께 달리며 외침과 무선으로 달리는 낙타를 독려한다. 그래서 낙타 경주는 가운데 트랙을 돌고 있는 낙타와 그 안쪽 혹은 바깥쪽에서 차를 운전하여 같이 질주하는 주인들로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는 정말 볼만한 광경을 연출한다. 헉헉 거리며 흰 거품을 뿌리며 달리는 우리의 낙타 선수와 그 옆에서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주인들과 그 동료들의 응원의 외침과 휘파람 소리로 정말 엄청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또, 낙타는 중동 국가들의 공항 면세품과 주요 관광지의 주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예쁜 낙타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인형으로, 열쇠고리로, 자석으로 만들어져 관광객을 통해,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로 퍼져나간다. 또, 낙타乳는 중동지역에 의외로 많은 당뇨병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사우디 아라비아 살만 국왕이 외국을 방문할 때, 신선한 낙타유를 거를 수 없어서, 낙타를 비행기에 싣고 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낙타유는 기름기가 너무 많아,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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