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시인의 나라다. 이슬람 권이지만, 서양에도 알려진 유명한 시인들이 많고, 시인들은 한결같이 이란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이란의 시인은 그들이 숭배하는 이맘의 레벨에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란의 유명한 시인의 무덤 주위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입장료를 받고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페즈와 사아디, 하쥬케르마니의 무덤은 이란 중부 쉬러즈에 있으며, 페르도시와 하이염의 무덤은 이란 동부 마샤드에 있다.
1. 하페즈: 괴테의 저작에도 가끔 등장하는 시인으로, 서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서정 시인이다. 쉬러즈에서 나고 쉬러즈를 중심으로 활동한 쉬러즈가 자랑하는 시인으로 그의 무덤 역시 쉬러즈에 있다. 아침 8시경의 하페즈 무덤(관이 하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은 상큼하기 그지없다. 잘 단장된 정원의 길엔 온갖 꽃들과 나무들이 저마다 향기를 발산하고 작게 떨어지는 분수는 꽃과 나무의 향기를 재료로 깊은 향을 만들어 낸다. 이란인들에게 하페즈와 사아디는 그들이 숭배하는 이맘의 레벨에 속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하페즈의 관 주위를 중얼거리며 탑돌이 하듯 빙빙 도는 젊은이를 볼 수 있었으며, 종교적인 문구 같은 것을 중얼거리며 관에 입을 맞추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공원의 뒤쪽으로는 하페즈 연구센터가 있으며, 좌측에 있는 큰 건물은 현재 48회 아시아-퍼시픽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하페즈 시어터가 있다.
2. 사아디: 하페즈 무덤처럼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하페즈 무덤보다는 훨씬 큰 면적에 역시 공원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현지인들은 하페즈와 사아디는 유명도에서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사아디 무덤 가까운 교차로에는 사아디의 동상도 있다. 사아디의 관이 있는 방의 내벽은 사아디의 시구로 여겨지는 글들이 푸른색 타일에 새겨져 있다. 이곳 좌측 지하엔 찻집이 하나 있는데 지하로 물길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이곳에서 잉어를 키운다. 쉬러즈를 둘러보다 잠시 쉬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 정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매우 좋을 듯하다
3. 하쥬 케르마니: 이스파한에서 쉬라즈로 향하다 쉬러즈 다 와서 약간 높은 고개를 하나 넘게 되는데(이곳부터 쉬러즈) 바로 이 고개 내리막에 개선문처럼 서있는 것이 꾸란 게이트이며, (꾸란 게이트는 이란 내 중요도시들에는 모두 있는 것 같다) 이 게이트 뒤 오른쪽 차곡차곡 쌓은 돌로 만들어진 산 중턱엔 조그만 공원이 하나 있다. 이곳이 현지인들이 하페즈, 사아디와 쌤쌤이라는 쉬러즈가 낳은 또 한 명의 시인 ‘하쥬 케르마니’의 관이 단단한 유리 속에 있으며 그 옆에 비문 같은 그의 시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시의 나라 이란에서 그중에서도 시의 도시 쉬러즈답다.
4. 페르도시: 이란 동부 마샤드의 자랑 페르도시. 역시 쉬러즈의 다른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정원으로 이루어진 근사한 공원에 그의 무덤과 기념관이 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페르도시 무덤을 싸고 있는 건축물에 새겨진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을 보고 헷갈리고 말았다. 페르도시의 관은 지하에 안치되어 있으며 관 주위에는 페르시아의 신화와 역사가 부조 형태로 조각되어 있으며 그것을 싸고 있는 것은 페르세폴리스의 기둥 양식을 가진 대리석의 거대한 탑이다. 이 탑의 외벽 꼭대기에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이 있다. 자료를 통해 추측하지만 페르도시는 과거 페르시아의 역사와 문화 신화를 담은 6만 구의 대서사시를 30년 동안 쓴 것으로 유명하며 그 서사시의 이름이 “Shahnama”다. 페르도시 관 옆의 부조나 그 옆의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들은 페르도시의 시구에 나오는 신화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페르도시의 무덤 주위에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상징과 페르세폴리스에서의 조각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르도시는 하페즈나 사아디보다 300년 정도 앞선 시대의 인물이며 아랍 지배의 끝물에 마샤드에서 활동했던 시인이다. 자료에 의하면 그의 말년은 걸인 같은 삶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