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많은 사람들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 니체 철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그의 꽉 찬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들었다. 종교와 도덕 등 형이상학에 대한 니체 식 비판의 초창기적 모습을 알 수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니체의 미학이나 문화, 국가론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인상만을 줄 뿐이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니체의 형이상학 비판의 방법론(심리와 역사)은 예술을 논할 때, 국가와 사회를 논할 때, 여성과 교육을 논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너무 단편적으로 흘러버린 듯한 느낌이다. 이런 논의의 빈틈은 니체의 후배들에게 맡겨진 몫인 것 같다. 니체의 사고에서 머릿속 거대한 괴물은 아무래도 형이상학이기 때문이다.
머리말
볼테르 서거에 바쳐진 저작의 의도대로 [자유정신을 위한 글]이라는 부제에 맞게, 자유정신은 탄생과 혼란, 좌충우돌 그리고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관조에 이르고, 하지만 다시 확장되어 새로운 사명과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 다시 의무로 돌아온다. 과거 알지 못할 때의 얽매임, 비굴한 의무가 아니라 사명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상위 위계에서의 기꺼운 의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정신이 소를 찾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니체식 ‘심우도’라 할만하다.
제1장 최초와 최후의 사물에 대해
역사적인 고찰과 정신적인 것들의 시간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2장 도덕적 감각의 역사를 위해서
심리학적 고찰의 가치로 이 장을 시작한다. 형이상학에 붙어있는 각종 도덕적 감각(죄의식, 허영심 등)을 아래로 끌어내려 분석하고, 그 기원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바로 니체 식 비판의 전형을 여기서 볼 수 있다. 그래서 니체에게 있어 분석하는 이성의 능력과 분석을 이끄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각종 도덕 감각은 잘못된 것이고, 방편인 것으로 절대 진리가 아니라 시간의 긴 역사 속에서 변화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오류나 공상의 과오도 긍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방편으로 긍정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은 도덕적 굴레의 방향이 아니고 ‘선악의 저편’, 선악을 넘어선 세계가 되어야 한다.
제3장 종교적 생활
예배(종교의식), 성자 등 기독교적 소재들의 심리 역사적 발전 과정을 추론하며, 그것이 인식의 피로와 오류에 의하여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장은 후에 [도덕 계보학]에서 중심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성자’에 관한 것인데, 니체에게 있어 ‘성자’와 ‘초인’은 그 에너지(의지)의 방향이 다를 뿐, 의지 덩어리, 의지의 최고봉이라는 면에서 같은 것이다. 성자는 결국 어떤 단계에서 인식의 오류에 빠짐으로써, 비열하게 변한 괴물이 된다.
제4장 예술가와 저술가의 영혼에서
이 장의 첫 부분에서 니체는 예술과 학문을 대비시키며, 예술적 영감의 primitive 함에 치열함이나 이성에 의한 분석(인식)이 덜 들어가 있는 것을 다소 비난하는 투로 말한다. 니체는 역시 이성의 철학자다. 니체는 인식의 철학자다. 니체에게 있어 예술이 긍정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의 다양성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지적인 치열함에 도달하는 것으로서의 예술의 다양한 폭발을 긍정한다. 또, 이 다양성은 매우 니체적으로 역사 과정을 통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반복(마치 腸운동처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면에서 예술의 ‘변화/극복’을 긍정하기도 한다. 니체는 예술과 학문을 엄격히 구분하기보다 학문의 事前 형태로서의 예술을 긍정한다.
제5장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징후
니체는 굳이 이장의 이름으로 문화를 걸고 있지만, 그의 그동안의 비판 대상으로서의 ‘사회의 모습’을 문화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문화는 매우 억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문화의 형성과 이것의 극복을, 이것이 극복되는 형태(방식) – 천재의 도래와 도래 시의 분위기 등 –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중엔 자유정신을 끌어들임으로써 필연적으로 개인에 중심이 맞춰진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화의 억압에서 에너지로서의 인식을 확보하고, 생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마치 철학자의 삶과 같고, 동양의 구도자의 치열하지만 달관한 삶의 모습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제6장 교제하는 인간
이장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감각에 대한 분석인데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인물들의 다소 병적인(‘병적인’은 일반적인 용례일 뿐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인물들의 깊은 내면의 진실’) 심리를 분석하여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자만심이나 허영심이 도덕적인 배려와 그 용어 속에 깊이 배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장은 짧은 잠언들로 구성되는데, ‘선악의 저편’의 간주곡의 잠언장과 다른 것은 모든 잠언들이 ‘교제’라는 같은 주제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제7장 여성과 아이
니체의 부정적인 여성관은 시대의 산물이며 그의 개인사적 영향이다. 니체는 여성을 자유정신의 에너지를 다독여, 무디게 만드는 존재로 묘사하며, 결혼은 스스로 빠져들어간 굴레 정도로 생각한다.
제8장 국가에 대한 성찰
사회주의의 ‘평준화’를 비판한다. 니체에게 있어 평준화는 위가 아래로 내려와 이루어지는 것으로 부당한 것이다. 니체는 국가와 종교의 결별을 이야기하지만 발전의 방향에서 국가는 이성에 의하여, 자유정신으로 재 정립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과도기의 혼란이 존재하고 종교의 대용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손실 부분에서는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희생을 가장 잘못된 것으로 보고, 개인의 에너지가 쓸모없이 버려짐을 안타까워한다.
제9장 혼자 있는 사람
여러 가지 심리 현상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념에 대한 것으로, 신념은 온전하게 나를 보지 못하고, 학문적 정신이 결여된 정열에 찬 젊은 시절의 것으로 개인의 정신에서 동적인 흐름을 제거하는 아주 나쁜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전에 일정 정도의 허영심을 긍정하고, 명예심과 자만심, 허영심이 인간의 심리에 얼마나 꽉 차 있는지 이야기한다.
에필로그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사는 삶에 대한 긍정을 하는 니체! 이성의 존재를 긍정하고 믿는 니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