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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Nov 16. 2021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중동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많은 분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도 같은 구절이 흔하게 사용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상반된 의미의 문장이 연결되어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 말이 주는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되는 일이 없는 것’은 중동에서의 비즈니스 상황이 녹녹지 않음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어려움은 이들 국가의 비즈니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않음에 기인한다. 그리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것’은 공적 영역의 터프함에도 불구하고, 그 빡빡한 조임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늘 존재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많이 겪고 보아 온 일이지만, 중동에서 허가와 통관 관련 업무는 쉽지 않은 부문이다. 이것은 관련 프로세스가 자주 바뀌고, 담당자마다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그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들은 업무와 관련하여 브로커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몇 달 동안 스트레스받으며 처리하지 못한 일을 브로커는 30분 만에 해낼 때가 있다. 브로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적합한 브로커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중동은 일반적으로 현지인을 활용한 브로커 비즈니스가 일반적이다. 브로커가 만드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지만, 중동 비즈니스 초보는 현지인 브로커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중동국가의 기업, 특히 공기업과 정부기관(중동에서는 모든 것이 국가 주도라 공기업이 일반적이다)은 브로커라는 막으로 싸여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편, ‘안 되는 일도 없다’라고 표현할 때는 주로 담당자나 높은 사람과의 관계를 우리는 흔히 떠올린다. 중국 비즈니스의 만능키 ‘꽌시’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중동 역시 마찬가지다. 담당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높은 사람과의 친분이 중요하다. 꼼짝 못 하는 상황에 처해도 제대로 된 사람을 통한다면 몇 개월, 혹은 몇 년간의 노력도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 비즈니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쌓아도 외국인으로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인과 父子의 관계를 기대할 수 없고, 어린 시절 코 흘리며 같이 뛰어놀던 친구 사이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엄연히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파트너 간 최고의 친밀한 관계는 ‘GIVE & TAKE’의 바탕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쉬울 때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실력이 없는데, 자신의 물건이 불량품인데, 자신의 제품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꽌시’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중동 국가의 어설픈 시스템과 운영 때문에 정부나 공기업의 의사결정권자의 방향이 밑단까지 반영되어 있지 않을 때, 관계로서의 외국인의 접근이 허용되는 것이고, 왕자님의 관심이 있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는 왕세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개혁 중에 있다. 모든 대 정부 문서들은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있고, 정부의 요직은 돌아온 압둘라 국왕 시절 젊은 국비 유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어떤 프로젝트로 사우디 중소기업부의 국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30대의 매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중동 국가들도 점점 비즈니스에서 체계를 갖추어 가고, 세계의 어떤 국가들보다 인터넷, 모바일 환경 구축에 열심이다. 사우디를 포함하여 중동 국가들은 멀지 않은 장래에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고, 그러면 더 이상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표현은 이제 중동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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