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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22. 2021

마케팅의 조상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경영활동’ - 마케팅이란 용어는 광의의 차원에서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용어 자체는 비교적 현대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세계의 수많은 학교에서, 또 유수의 기업에서 마케팅 방법은 철저하게 연구되고, 개발되어 실행되고, 다시 그 수정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밥 빌어먹고 사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포털에서 마케팅을 타이핑하면, 그 앞에, 또 그 뒤에 무수히 많은 단어가 붙어 변주를 준다. (감성 마케팅, 에코 마케팅, 기업 마케팅, 마케팅 믹스, 마케팅 전략 등등)

 이렇게 마케팅은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을 가진다. 종교의 포교활동과도 연결되고, 특정 유명인의 개인 PR과도 이어지고, 어떤 경우 기업체의 내부고객(종사자)을 향하기도 하고, 국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정치와의 연결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엄청나게 진화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론들이 이미 정치에 상당히 침투해 있을 것이다. 또, 특정 인물의, 특정 정당의 인적 조직 속에는 이미 수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점점이 박혀있을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면에서 정치 마케팅은 기업의 제품 마케팅과는 그 영향의 파워가 다르다. 하지만 정치와 마케팅의 결합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업의 제품 마케팅은 어느 정도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메시지가 선정적이고, 호도하는 듯하면 그들에게 항의할 수 있다. 그리고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사전 심의와 승인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 광고는 제약바이오협회의 자율 심의를 받아야 하고, TVC라면 방송광고 심의를 꼭 거쳐야 소비자들에게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제약 광고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마케팅은 특별히 승인과 검열의 프로세스가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그 검열과 승인의 주체가 힘 있는 정치인들이므로 아무 의미도 없다. 국민들이 항의하면 무시하거나, 슬쩍 내려버리거나 변경하면 그만이다. 즉 고양이 손에 생선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중학교 사회과목에서 배웠다. ‘정당의 목적은 무엇인가? – 정권창출!’ 이런 노골적이며, 아무 거리낌 없는 뻔뻔한 표현은 정치인들의 신념이고, 점점이 박힌 그들의 조직에 봉사하는 마케터들의 임무다.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즉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가장 저급하고 비도덕적인 방법까지도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마케팅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까마득한 15세기 조상과 조우한다. 마키아벨리! 나는 지금까지 순진하게 마케팅이 정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인 줄 알았는데, 그 역방향이었던 것이다. 마케팅은 정권을 갖기 위해 도덕조차 무시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의 순한 후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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