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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23. 2021

"네가 읽었던 책 중에, 어떤 책을 좋아해?”

‘네가 읽었던 책 중에, 어떤 책을 좋아해?’ – 난 가끔 나의 독서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의 밥 먹는 모습조차 미워 보일 때, 주위 친구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했다. 그럼 그들은 매우 친절하게도 그들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두서너 권 말해주곤 했다. 나는 즉시 책을 주문했고, 시간을 두고 읽으며, 나의 독서 목록에 풍성함을 더하곤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교활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 보통 실리는 [작가 연보]는 주로 그 작가의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보를 통해 그 작품들을 살피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작가 연보]가 그 작가의 연도별로 읽은 책들로 정리되어 있다면 어떨까? 마찬가지 일 것이다. 누군가의 독서 목록은, 누군가의 멋지게 꾸며진 서재는, 혹은 빈약한 책꽂이의 책들은 그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본다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가 어떤 경향성의 인물인지도 아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른다. 좋아하는 책이 들려주는 말은 어떤 보살님의 예언보다, 혈액형 타입보다, MBTI보다 그를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특정 인물이 추천한 책의 독서는, 내용과 주제의식을 계속 그 타인과 오버래핑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저절로 ‘아! 그에게 이런 면이 있었어?’, ‘그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그 타인의 ‘알 수 없는 속’을 안 것 같은 희열이 슬며시 든다. 타인의 마음을 알아채려고 하는 얄팍한 교활함이 나의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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