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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an 30. 2022

책의 한계

 책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라디오, TV, 영화 등의 타 매체보다 가치 측면에서 우월하다. 나는 책의 우월함에 대한 인식의 원인이 CONTENTS의 다양성과 집단의 관성임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책의 우월함) 하지만 이렇게 우월한 책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열등한 위치를 점하는 경우가 있다. 경험과 비교될 때가 그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하여 ‘내가 책에서 읽었는데…,’라고 말할 때, 상대방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라고 얘기한다면 나의 논지는 바로 힘을 잃어버린다. 사실 책 역시 타인의 경험을 담고 있다. 더욱 위대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책에 녹아있다. 하지만 방대한 경험의 집적조차 ‘나의 경험’에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근접성으로 인한 가치 때문이다. 나와 가까울수록 신뢰성은 더 높아진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객관’이 ‘주관’보다 우월하다고 배웠다. 배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치우치지 않아야 하고, 자신의 생각은 타인의 관점과 비교/검토되어야 한다. 착한 사람은 모든 사항에 대하여 객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객관화의 작업이 이성을 동원하는 것이라면, 경험은 몸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대상과 나의 거리는 없어진다. 그래서 읽은 책 보다, 경험이 우월한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책은 ‘객관성’을 표상하지만, 경험은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책은 악을 쓰고 그의 객관성을 PR 하지만(책 역시 주관에 빚을 지고 있다는 자체 인식 때문에), 아직 우리 생활 곳곳에서 몸에 새겨진 주관은 늘 객관을 압도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객관과 주관의 전쟁이 발발한 이래, 늘 객관이 승리한 듯 보이지만, 실제의 삶에서 주관은 편재된 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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