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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Feb 02. 2022

피의 중요성

메리 보이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읽고

 지역적인 근접성과 이슬람이라는 공통점으로 이란은 자주 아랍국가 중 하나로 오해받는다. 나는 이런 오해에 대해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민족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분석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민족 구분에서 이란은 아랍족이 아닌, 독일과 인도 북부 민족과 같은 아리얀 족에 속하고, 그들이 만들어 온 페르시아라는 역사 속에, 아랍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으며,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의 수도인 ‘페르셰 폴리스’에 명확한 반증이 남아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란이 아랍이 아닌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이란인들의 고대 종교인 다신교와 다신교의 좀 더 정리되고 체계적인 버전으로서의 조로아스터교이다. 비록 우리 민족이 불교의 시대(통일신라, 고려)와 유교의 시대(조선)를 살아왔지만 우리의 문화 속 곳곳에 도교적인 부분, 혹은 샤머니즘(무속)적인 부분이 공존하는 것처럼, 이란 역시 비록 현재는 알라를 숭배하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지만, 그들의 생활과 문화 곳곳에는 다신교적인, 조로아스터 교적인 부분이 스며 있을 것으로 합리적인(?)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들의 DNA에 숨겨져 전승되어 온 모든 것을 드러낼 지식이 내겐 없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읽으며, 현재 이란인들의 시아파 이슬람에 내재한 어떤 요소와 조로아스터교의 어떤 요소가 (종교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현재 이란의 이슬람은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분파를 의미하는 ‘시아파’ 임을 안다. 시아파는 근본적으로 12 이맘에 대한 정통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혈통에 대한 중시를 담고 있다. 이슬람 최고지도자(칼리프)는 무슬림 공동체인 움마를 통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선지자의 혈족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시아파 무슬림들의 생각이고 이상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신념을 위해 시아파는 역사적으로 그들의 이웃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러왔고, 어떤 의미에서 지금도 그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패배의 역사에서 나오는 터로프(순니가 칼을 들이댈 때, 시아임을 부정할 수 있는 것), 모하람 기간의 울분을 자신의 몸을 그으며 자해하는 ‘시네자니’, 카라발라 전투에서 순니에게 무참히 살해된 이맘 후세인에 대한 숭배, 그리고 12대 이맘 마흐디의 재림을 염원하는 마음 등. 그래서 내가 경험한 이란 무슬림들의 기도는 순니의 모스크를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차분하지만 매우 열정적이다. 그들이 숭배하는 12 이맘은 모두 그들의 적인 아랍인이지만, 그들의 믿음 속에서 인류의 선지자인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들이다. 그들의 혈통에 대한 중시는 민족도 뛰어넘는 듯하다.

이런 혈통에 대한 중시는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와 신화에도 나타나는데, 아리얀 족의 선지자이며 예언자인 조로아스터의 아들들에 대한 영웅화(신격화는 아님 – 그들은 인간 중 최고의 지위를 점하는 영웅이다)에 담겨있다. 긴 직선의 시간을 가진 조로아스터교에서는 惡과 善이 싸우는 ‘유한한 시간’이 상정되는데, 그 유한의 시간을 끝내고, 과거 창조 시대의 완벽하고 온전한 질서를 회복하는 영웅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바로 조로아스터의 3명의 아들이며, 그들은 ‘사오쉬얀트’로 불린다. 사오쉬얀트는 마치 예수의 재림과 비슷하며, 이맘 마흐디로 대표되는 구세주와 같다. 창조주 아후라 마즈다에 의하여 예언자 조로아스터가 탄생하고, 악과의 전투는 그의 아들인 사오쉬얀트에 의하여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 시아파 분리의 기원을 우리는 그들의 고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 나타나는 혈통을 중시하는 아리얀족의 특성에서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현대의 히틀러도 자신의 민족적 우수성(피의 우수성)을 집요하게 찾으려 했다는 측면에서, 그들에게 피의 순수는 열정을 쏟아붓게 하는 모든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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