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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Feb 03. 2022

영향과 섞임

메리 보이스의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읽고

 고대 종교의 하나로 조로아스터교는 잘 알려진 대로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체계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쳤다. 흔히 조로아스터교를 최고의 신 아후라 마즈다를 섬기는 유일신교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메리 보이스의 의견은 다르다. 창조신 아후라 마즈다에 의하여 모든 작은 신들과 인간이 만들어지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체계에서 그만이 존재하거나 그만이 창조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고대의 다신교 전통에서 보다 후대의 일신교로 넘어가는 중간기 정도로 조로아스터교를 설정하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에 나타나는 개인 죄의 심판, 최후의 심판, 영혼의 불멸과 부활은 후대의 일신교에 변형되어 포함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강박에 가까운 순결법은 현대 이슬람의 ‘우두 의식’(기도 전 정화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 영은 삼일 째 되는 날 친바토 페레투(심판의 다리)를 통해 심판을 받는데 그의 생각, 말, 행동으로 지은 악과 공덕이 비교되어 공덕이 더 무거우면 하늘로 넘어가고, 악이 더 무거우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늘로 올라간 모든 영들은 신과 함께 불사의 존재로 영생을 누리다. 최후의 심판의 날, 즉 선이 궁극적으로 악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날 지상으로 내려와 육체와 합해지며 부활한다. 선과 악의 최후의 격전이 심판의 날이고, 아후라 마즈다의 계시대로 선이 반드시 승리하게 된다. 그래서 현세의 인간은 최후의 순간 선이 승리함을 알고, 현실에서 고통을 견디고, 오직 선한 의지로 선한 공덕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 조로아스터교의 이런 세계관의 요소는 후대 일신교들의 세계관에 분명하게 변형되어 차용되고 있다.

 그리고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아리안족의 다신교적 전통에 입각하여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인도의 고대 힌두교와 매우 유사하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에서는 많은 부분을 리그베다와의 비교를 통해 사료와 자료의 유실된 부분을 보완하고 있는데, 페르시아와 이란으로 이어지는 피지배의 역사 속에서 유실된 많은 부분의 원형이 현재 인도의 힌두교에 보존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언어학적인 추적을 통해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는 매우 이질적이고 다른 아리안족의 종교에서 우리의 제사의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조로아스터교의 몇몇 제례의식은 우리의 제사를 연상케 한다. 제사 전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순수하게 유지하는 것, 제사 전 제기를 닦는 정화의 행동, 신을 부르는 축문을 낭독하는 행동, 그리고 희생물을 불에 태워 신을 즐겁게 하는 행동은 우리의 제사에서 향을 피우고 촛불을 켜는 행위와 의미적으로 유사하다. 결정적으로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자신의 직접 조상들의 영에 대하여 기도를 하며 살핀다. 이것은 우리네 유교식 제사의 의도와 매우 유사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 조로아스터교에 영향을 주었던 다신교 전통의 힌두교의 바탕에서 탄생한 불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고, 이 불교적인 제의가 유교적인 것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또, 조로아스터교와 다신교의 전통에서 불과 물은 순환을 통한 선을 품고 있고, 하늘의 상징은 금속이며, 땅은 아메샤 스펜타의 하나인 아르마이티와 연결되고, ‘모든 씨앗을 품은 나무’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이것은 중화권의 오행과 유사하며, 초기 그리스에서 세계의 본질적인 구성을 논하던 철학자들의 논쟁과 맞닿아있다. 이것은 위대한 천재들의 공통된 생각인가? 아니면 서로의 문명 간 교류나 영향관계인가?

 세계는 이런 식이다. 모든 문화는 순수한 창작이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다소간의 영향관계에 있다. 조로아스터교 이전의 인도/이란의 다신교 역시 옆 동네(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종교 및 신화와 통섭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바빌론을 통해 나일강가의 고대 이집트와도 의미와 상징과 체계와 절차가 공유되었을 것이다. 즉, 모든 것은 다 혼종이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싫어하겠지만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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