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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r 14. 2022

5. [또 다른 죽음]

[알레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메타버스’가 유행이다. 전 세계의 유명 회사와 브랜드들은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 투자는 물론이고, 제페토나 로블록스같은 가상공간에 자신들의 공간을 마련하고 PR과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현재로서는 기업의 투자만큼 메타버스에서의 수익은 거의 없거나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익에 밝은) 기업들이 그들의 자본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중에 대박이 날지도…,’ 변변치 못하던 인터넷 도입 초기, 투자기업과 미투자 기업은 현재 거의 그들의 생존을 결정지었다. 

이와 비슷한 논리 구조가 보르헤스 소설에 대한 논의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또 다른 죽음]에서 보르헤스는 ‘진술의 다름’에 주목한다. 우리는 보통 같은 사람의 진술이 다르면, 그것을 진술자의 ‘착각’(혹은 오류)으로 생각한다. 즉, 진술자에게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착각으로 인한 진술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자고, 사실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것의 결과로써 세계는 여러 개가 될 수밖에 없다. 맞다! 그래서 보르헤스의 세계는 다중 우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술의 다름’은 각각의 기억에서 흔적으로 남을 수 있고, 결국 고정된 어느 시점에서 사건들은 겹쳐 보이며 환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진술이 다른 것은 진술자의 오류고 착각일 뿐이다! 그러므로 진술자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의 진술이 다른 세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두 개의 사건이고, 그것은 평행우주 속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질지 모르지 않는가?’ ‘당신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그것이 ‘착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 거대한/ 높은 곳의 신의 관점에서 인간의 착각은 다중우주 시스템에서 오는 ‘전파교란’과 같은 것은 아닐까? 메타버스가 미래의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지, ‘착각’이 진실일지는 오직 신만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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