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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n 23. 2022

아이러니

롤란드 베인턴 [종교 개혁사] 아직 읽는 중

 영화 [에일리언 3]는 에일리언과 맞선 전사 시고니 위버가 자신의 배에서 에일리언이 태어나는 끔찍한 꿈으로 시작한다. 그 전작에서 묘사된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공포 자체인 에일리언이 나의 뱃속에서 꿈틀대는 장면은 지독한 악몽이고, 영화를 본 관객들의 속을 며칠 동안 스멀스멀한 느낌으로 덮어버리는 공포 자체였었다. 막스 웨버의 [자본주의 정신과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경건하고 바른 삶을 지향하는 프로테스탄트의 경건주의가 이윤추구를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의 모태임을 가정하고 그 가설을 논증하는 논문이다. 나는 이미지적으로 경건 속에서 배태되는 피범벅의 악마(자본주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것이 내가 [종교 개혁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 과정은 상당 부분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진행되었지만, 개혁가들의 접근은 ‘온전히’ 성경에만 기반하였고, 교리에 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정도에서) 합리적인 해석을 가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래서 성경이 아닌, 세속 가톨릭과 교황의 권위에 의하여 부여되었던 각종 제례에 대한 혁파를 주장할 수 있었다. 교리적인 면에서 중요한 것은 ‘예정론’이었는데, 이것은 현실에서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의하여 촉발되었다. 인간의 구원은 교황이 파는 면죄부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구원의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 개혁가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프로테스탄트의 신정 공동체가 탄생하게 된다. 재세례파 공동체는 신과 함께하는 경건하지만 작은 생활공동체로 그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루터와 칼빈은 대상의 범위를 도시, 국가로 확장하면서 전체 유럽을 휩쓰는 종교개혁의 파고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종교개혁가들의 실천과 교리는 신앙의 문제에 더해 믿음의 문제를 논증하는데 집중하고 합리주의(에라스뮈스 주의)에 기반하게 된다. 이런 합리주의적 논증의 방법은 당시 르네상스 정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논증적이고 분석적이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상식적인 이성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론은 후에 계몽주의로 발전하고, 종교적으로는 이신론(理神論)이 득세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아이러니가 생겨나는데, 완전한 신정 공동체를 구현하고자 했던 경건한 칼빈의 행동과 역사는 ‘이성’이라는 광포한 에일리언을 배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개혁가들의 경건주의 운동은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사회의 탈 종교화를 부추기는 스파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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