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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Nov 10. 2022

기억

 보통 기억의 문제는 두뇌와 관계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 기억은 몸과 관계한다. 이때 기억은 몸 전체의 기억일 수 있고, 몸의 한 부분 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눈의 기억에는 데자뷔가 있고, 몸 전체의 기억인 시차가 있다. 골프 루틴 및 습관 같은 것은 몸 전체가 느끼는 리듬에 대한 기억이다. 취한 김유신의 말이 천관녀의 집으로 찾아간 것은 말의 다리, 말 몸의 기억이다. 

 처음 대하는 낯선 광경에서 익숙함을 보는 것은 눈의 기억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본 광경을 각각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 역시 자기 눈의 기억에 현상을 맞추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듯, 눈은 익숙한 것에 대한 지독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경험하는 시차는 고집쟁이 몸의 기억이다. 몸은 주인을 매우 피곤하게 만듦으로써 저항한다. 골프의 폼을 수정하는 것처럼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몸에 다른 기억을 새기는 것이다. 몸에 인위적으로 새기는 기억은 항상 충분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몸은 알게 모르게 내상을 입는다. 그 내상의 회복에는 다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모두 지나야 몸의 기억은 완성된다. 

 몸의 기억은 자연법칙을 끌어 표현하면 관성이다. 그러므로 기억은 관성이다. 뇌의 기억 역시 관성이다. 기억은 뇌의 기억(관성)에 기억으로 저장된다. 관성은 특정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기억이 나올 때 그것은 특정 방향을 가지고, 자신의 뇌 (어쩌면) 몸의 방식으로 재단되어 흘러나온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할 하는 것은 이런 뇌의 관성, 즉 몸(뇌)의 기억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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